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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당첨자=김병욱(대구 북구 태전동)
다음 주 글감은 '12월이 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입니다
♥ 월급날이면 서점부터 들러
나는 여태껏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이유를 잘못 알고 있었다.
날씨가 선선해서 독서하기 좋다는 것으로 알았는데 가을은 놀러다니기 딱 좋은 계절이라 독서를 하는 이들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가을에도 독서를 많이 하자는 취지라고 매스컴에서 전해듣게 되었다. 물론 책을 읽는 계절이 어디 정해져 있겠는가마는 가을이면 단풍놀이가 가야 하고, 들녘마다 가을걷이도 하고, 겨울채비도 해야 하니 바쁜 시기여서 그런가보다.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그 다음이 궁금해서 한 장만 더 읽고 자야지 하면서 잠을 설치기도 하고 또 책을 손에서 놓으면 몇 달이 가도 읽지 않고 덮어두기도 한다.
그래도 난 책 냄새가 참 좋다. 월급날이면 서점에 들러서 책을 구입하는 것을 옷 사는 것보다 더 좋아했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책값이 너무 비싸졌다. 그래서 보고 싶은 책은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려서 본다. 많은 이들의 손때 묻음과 소장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지만 그래도 좋은 책을 공짜로 빌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제는 모처럼 도서관에 들러 책 3권을 품에 안고 나오는데 어찌나 설레던지. 이렇게 나를 설레게 하는 책이 있어서 행복하다. 공식적인 가을은 11월까지라고 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겨울에도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싶다.
이지연(안동시 용상동)
♥ 남 읽는 책 어깨너머로 읽었는데…
50여 년 전 시골 단포국민학교 앞에는 풀빵을 파는 만화방이 있었다. 문방구를 겸해 풀빵도 팔고 만화책이랑 소설책 잡지 등도 꽂아두고 긴 나무 의자를 두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학교가 파하면 집으로 가는 길에 그곳에서 저물도록 책을 읽었다. 한 권 책을 읽는 데 5원 정도(지금의 100원)였고 풀빵을 사 먹으면 한 권을 공짜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동네 도서관(?)이었다. 책이 귀하던 당시엔 남이 읽는 책을 어깨너머로 같이 읽곤 했다.
이제는 집집마다 책도 흔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시설이 너무도 잘 되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독서하는 습관이 잘 되어 있지 않다. 학교에 있을 때는 방과후 저녁에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여 달빛 교실을 열었다. 평생학습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교육 서비스 차원으로 수요자 교육 만족도 향상을 위해 지역사회 학부모가 함께하는 달빛교실은 책 읽는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시 낭송회도 열고 구연동화도 듣는 기회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쓴 자작 동시를 직접 낭송하는 즐거움과 감동을 얻었으며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동시를 단상 앞으로 나와 낭송하고 어머니들의 구연동화도 들려주었다.
밤이 유난히 길다. 늦가을에서 초겨울의 낭만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한 번쯤 서점으로 가자.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간다면 더욱 멋있는 부모가 된다. 시집도 좋고 산문집 수필집 만화책 등 어떤 책이든 좋다. 책을 골라주고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보내자. 머리를 깨끗이 하는 데에 독서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건전한 오락 가운데 가장 권장해야 할 것은 자연과 벗하는 것과 독서하는 것 두 가지라 하겠다. 11월이 다 가기 전에 이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삶의 보람을 얻도록 하자. 풀빵 문방구에서 책을 뒤지고 읽던 소년의 감성이 다시금 살아나는 것 같다. 책과 함께하는 달빛교실의 낭만과 추억을 다시금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다.
오현섭(대구 동구 신천동)
♥ 다른 세상과의 만남에 마음 설레
나는 지금 군복무 중이다. 다음 달 제대를 앞두고 휴가를 나왔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어머니는 신문사설, 시사상식을 정성껏 스크랩하여 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입대 전 185㎝, 75㎏에서 2년 내내 65㎏으로 10㎏이나 빠질 정도로 내 평생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케 하는 날들이었다. 후임 1년은 그야말로 훈련과 업무가 전부였고 신기하게도 머리만 닿으면 잠이 들었다. 선임이 되고 연등 시간에 뜻이 맞는 친구들과 찾은 도서관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졌고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세상과 단절된 군 생활은 오로지 책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었고,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설렘과 즐거움이었다. 특히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머니, 아버지 등 가족에 관한 책들은 모조리 다 읽은 것 같다. 그동안 부모님의 정성과 그늘 아래에서 편안한 삶에 익숙했지만 세상은 절대로 생각만큼 만만치 않음을 깨달으며 입대 전 '엄마, 아빠'에서 자연스럽게 '어머니, 아버지'로 호칭이 바뀌었다. 이제부터는 장남인 내가 부모님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드릴 것을 다짐하며 한 달 남은 군 생활, 책읽기에 더없이 좋은 독서의 계절에 마음 맞는 군 친구들과 맘껏 책 읽고 토론하고 싶다. 책 읽는 습관은 내 인생의 디딤돌이 되어 마음만은 누구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부자가 되려 한다.
김면관(대구 달서구 장기동)
♥ 시집 읽으시는 할머니 너무 귀여워
우리 할머니는 서울에 계시는 여동생인 이모할머니 댁에 1년간 계셨다. 65세 이모할머니는 평생 해오던 의류도매업을 정리하고 바로 운전면허증을 따서 직접 운전을 해 매일 아침 일찍 할머니와 복지관에 가셨다. 65세 이모할머니는 영어를 배우시고, 73세 우리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셨다. 할머니는 95세 왕할머니(할머니 엄마)의 맏딸로 은행 심부름을 하신다. 절에 열심히 다니시는 할머니는 기도문을 몇 번이나 읽고 부처님의 자비로운 말씀에 감동하여 읽을 때마다 울었다고 한다. 전엔 목소리가 정말 크셨는데 목소리도, 말투도 부드러워지고 참 많이 변하셨다. 놀랍게도 독서의 힘인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안경을 코에 걸치고 책을 펴놓고 늘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기도로 시작하여 잠시 산책이나 노인정 나들이 말고는 시간만 나면 내가 선물한 시집, 수필집을 열심히 읽으시는 할머니의 행복한 모습이 마치 소녀같이 예쁘고 귀엽기까지 하다.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에 "고기보다 책이 더 좋다"는 우리 할머니께 어떤 책을 사드릴까 고민고민하는 나 또한 정말 행복하다.
김경희(대구 북구 읍내동)
♥ 집 우환에 마음이 내키지 않아
계절마저 비켜선 황량한 가을이다. 독서의 계절인 이맘때가 되면 짬을 내서 교양을 쌓던 습관이 올해는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하늘이 때 이른 먹구름을 담아 어둠을 내려서인 듯하다.
운동을 하러간 남편은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구급차가 어른거리는가 하더니 우리 집 대문 앞에 멈춰 섰다. 남편의 이름을 불러댔다. 남편이 쓰러져서 병원에 있으니 그 차를 타라고 했다. 그 사람들도 자세한 영문은 모른다고 했다. 나를 본 남편은 괜찮으니 집으로 가자고 했다. 하나 의사는 급히 뇌수술을 요한다고 했다.
1년이 지났다. 남편은 아직도 병원에 있다.
남편은 모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보름달 같은 성격으로 우리 울타리는 어둠을 몰랐었다. 밝은 달이 언제나 떠 있을 줄 알았다. 길가에 늘어선 은행나무에서는 순금나비가 떨어져 내린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모양이다.
살아있는 것들의 운명은 허무하다. 붙잡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왜 이렇게 쉬 사라지려고 하는지. 누구나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말 생인 것을 아등바등 살아가게 되는지. 자연의 도도한 흐름을 거역할 수 없듯이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데 왜 사소한 것들에 소진하고 있는 것인지.
순금나비가 떨어지고 난 빈 가지에 눈길이 머문다. 책읽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남편을 생각하며 독서의 계절을 맞으니 가슴에 더 진한 진통이 온다.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빨리 보고 싶다.
권오희(대구 북구 산격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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