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년회마저 접수한 와인…'신의 물방울'도 모르니?

와인, 이 정도만 알면 안빠진다

와인이 대중화되자 요즘 연말 모임에 와인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와인이 대중화되자 요즘 연말 모임에 와인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와인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와인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웬만큼 공부해도 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와인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와인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웬만큼 공부해도 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와인 입문자들이 마시기에 적당한 와인.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모스카토, 브라케토.(왼쪽부터)
와인 입문자들이 마시기에 적당한 와인.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모스카토, 브라케토.(왼쪽부터)
연인들이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꼽히는 스파클링 와인, 흔히 샴페인으로 불린다.
연인들이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꼽히는 스파클링 와인, 흔히 샴페인으로 불린다.

송년회·동창회 등 각종 모임이 줄을 잇는 연말이다. 요즘 연말 모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와인이다. 그만큼 와인이 대중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때 고급스런 술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와인이 대중의 술로 자리 이동했지만 아직도 와인을 알고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와인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웬만큼 공부해도 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초보자에게는 병에 붙어 있는 레이블을 읽고 이해하는 기본적인 것조차 버겁다. 연말을 맞아 와인 트렌드와 모임에 어울리는 와인에 대해 알아봤다.

◆와인, '펀드도 있어요'

와인의 인기를 반영하듯 와인이 투자 상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 상자에 2억원이 넘는 와인까지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 직접적인 와인 투자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와인펀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와인펀드란 와인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되돌려주는 펀드를 말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와인펀드는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와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두 종류가 있다.

그러면 와인펀드의 수익률은? 한국투신운용이 2007년 설정한 '그레이트 빈티지 와인펀드'는 지금까지 2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웬만한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을 능가하는 수치다. 투자용 와인 가격지수인 런던 인터내셔널빈티지 100지수(Liv-ex 100·투자 가치가 있는 고급 와인 100개의 가격 추이를 종합한 것)도 올 들어 30% 가까이 올랐다.

◆와인 트렌드

와인은 생물과 같다. 그래서 대중의 취향도 수시로 바뀐다. 최근 한국 와인시장의 특징은 양극화.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대체로 저가 와인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고가 와인을 찾는 사람도 많다. 전문직이나 고소득자들의 고급 와인 선호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또 프랑스 와인에 집중되었던 소비 성향이 칠레·미국·호주·이탈리아·스페인 와인으로 다변화된 것도 국내 와인시장에 나타난 중요한 특징 중 하나. 비프랑스 국가들이 비싼 프랑스 와인에 맞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와인 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와인의 질도 대폭 높인 것이 국내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칠레 와인은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갔다. 전문가들은 한-EU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국내 와인 시장에 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와인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졸레 누보에 대한 인기가 시들한 것도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와인시장에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 보졸레 누보가 누려온 인기는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을 기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보졸레 누보를 출시하는 마케팅 전략은 보졸레 누보에 대한 관심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또 올해 첫 수확한 포도로 만든 포도주의 싱싱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매력도 한몫했다. 하지만 식견을 갖춘 와인 애호가들의 증가와 가격 거품 논란, 여기에 프랑스 와인에 대한 인기마저 시들해지면서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게 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보졸레 누보의 수입량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002년에는 50만 병 가까이 수입됐지만 인기가 한풀 꺾이면서 10만 병 이하 수준까지 수입량이 감소했다.

◆이럴 땐 이런 와인

▶'초보끼리'

와인을 즐겨 마시지 않았던 사람들이 연말 모임에서 와인을 마시기로 의기투합했다. 가장 난감한 것은 무슨 와인을 마실지 결정하는 일. 와인 입문자들에게는 비교적 달콤한 와인이나 부드러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좋다.

가격이 무난하면서 스위트한 와인으로는 모스카토(mosacto)나 브라케토(brachetto)를 꼽을 수 있다. 모두 이태리에서 생산되는 약 발포성 화이트 와인이다. 아스티(asti)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는 알코올 도수가 4~6%로 낮아 초보자들이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퀴(acqui)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라케토는 알코올 도수가 12% 내외로 분홍빛을 띤 로제 와인(포도 껍질과 과육을 같이 넣고 발효시키다 색이 우러나면 껍질을 제거한 채 과즙을 가지고 제조한 와인)이다. 이들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낮거나 마시기 편해 과음할 가능성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반면 아이스 와인, 프랑스 보르도 소테른(Sauternes) 지역에서 귀부 곰팡이에 감염시켜서 당도를 극대화시킨 화이트 와인, 독일에서 늦수확해서 만든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선별된 건포도로 만든 와인), 헝가리의 명품 와인 토카이(Tokaji) 등은 고가의 스위트 와인이다. 달콤하면서도 향이 풍부하고 산도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질리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스위트하지 않은 와인들 가운데 초보자들이 마시기에 좋은 와인은 부드러운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이다. 와인은 만드는 품종에 따라 타닌이나 산도 등의 비율이 달라지는데 메를로(merlot), 피노누아(pinot noir), 말벡(malbec) 등의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은 타닌 성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드러운 맛과 함께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레이블에 품종이 표시돼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연인끼리'

연말에 연인들이 마시기에 좋은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이 대표주자다. 흔히 샴페인으로 불리는 스파클링 와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원조로 알코올 농도가 12% 전후여서 몸에 흡수가 잘 되는 것이 특징. 영화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본드걸을 유혹할 때 등장하는 와인이다. 속된 표현으로 '작업주'의 대명사가 스파클링 와인인 셈이다. 브라케토 와인도 추천할 만하다. 이 와인을 잔에 따르면 분홍빛 색상이 황홀함을 자아내 촛불까지 켜 놓으면 분위기 잡기에 그만이다.

▶'남자끼리'

분위기보다는 음주 자체를 즐기는 남자들의 술 문화를 고려하면 칠레, 아르헨티나 혹은 호주의 중저가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부담이 없다. 타닌이 많은 와인을 원한다면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쉬라(shiraz/ syrah) 등의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좋고 부드러운 품종을 원한다면 메를로, 말벡, 카르미네르(carmenere) 등의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좋다. 레이블에 표시된 빈티지(와인을 만든 포도가 재배된 해)가 오래될수록 숙성이 진행돼 같은 품종이라도 더 부드럽다.

▶'여자끼리'

여자들의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수다. 수다를 떨며 천천히 와인을 먹는 여자들에게는 향이 아주 오래가는 와인이 좋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마고(margaux), 포이약(Pauillac), 생테스 테프(Saint-Estephe), 생쥴리앙(Saint-Julien) 등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나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피에몬테(piemonte) 지역에서 생산되는 중고가 와인이 적당할 것 같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사진 정우용 한국소믈리에협회 대구대전지회장·와인레스토랑 비티스 대표

★ 가장 맛있는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와인은? 첫 번째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시는 와인'이고, 두 번째는 '공짜 와인'이며 세 번째는 '밸류 와인'(가격 대비 훌륭한 와인)이라고 한다.

밸류 와인은 찾기가 힘들다. 처음에는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도 마케팅 비용이 추가되고 인기와 가격이 동시에 올라감에 따라 결국 밸류 와인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와인 잡지 등에 발표되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와인'이나 '가장 잘 팔리는 와인' 등의 목록도 특정 수입사의 후원 아래 선정되는 경우도 많아 정작 마셔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자신만의 밸류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는 와인숍, 레스토랑 등에서 직원이나 소믈리에로부터 밸류 와인을 추천받아 마셔 본 뒤 입맛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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