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학 입시는 자율보다 공정성이 먼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 대학 입시부터 논술을 보지 않거나 비중을 줄이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3천억 원 규모의 '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 대상 대학을 정할 때 입시 관련 지표를 추가해 평가하는 방법이다. 교과부의 이러한 방침은 논술이 사교육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논술 대신 입학사정관제도를 더 잘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논술을 치르는 대학은 수시'정시를 모두 합해 36곳으로 200개의 4년제 대학 중 18% 정도다. 그럼에도 교과부가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이들 대학 대부분이 수험생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상위권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각 대학은 자율성을 해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능시험과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진 마당에 창의력과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뽑을 방법이 없다는 항변이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교과부의 이번 방침은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수능시험이 쉬워지면서 생긴 변별력 확보다. 입학사정관제가 대안이었지만 그동안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급격하게 확대하면서 수험생들이 많은 혼란을 겪었다. 입학사정관제의 확실한 정착을 위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원칙을 무너뜨린 교과부의 이번 방침이 명분을 갖는다.

각 대학은 반발에 앞서 그동안 정부의 사교육 줄이기 방침에 얼마나 잘 따랐는지를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모든 사교육의 주범은 수리나 논술이 아니라 대학 입시다. 입시제도가 출렁이거나 대학이 새로운 입시 전형을 만들 때마다 사교육이 극성을 부렸다. 대학 입시는 자율보다 공정성이 먼저다. 대학이 수험생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편법을 동원해 우수 학생 뽑기에만 치중한다면 자율은 더 이상 보호막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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