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래바람 때문에 숨막힌다"…낙동강 주변 주민들 신음

하우스 농사 망치고 아이들 호흡기 장애 유원지 손님도 끊겨

강풍이 몰아친 3일 오후 낙동강 정비사업으로 강변에서 날아든 흙먼지가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일대 도로와 마을을 뒤덮고 있다 이날 흙먼지로 마을주민들은 외출을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강풍이 몰아친 3일 오후 낙동강 정비사업으로 강변에서 날아든 흙먼지가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일대 도로와 마을을 뒤덮고 있다 이날 흙먼지로 마을주민들은 외출을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4일 오전 10시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 오이마을. 홍모(60) 씨는 요즘 모래바람과 먼지 때문에 생고생을 하고 있다.

"여기서 40년째 오이 농사만 짓고 있는데 겨울에 모래 바람이 이렇게 분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니까. 이게 다 4대강 공사 때문이여."

3천305m²(1천여 평) 규모로 오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홍 씨는 비닐 위에 뿌옇게 내려앉은 흙먼지를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홍 씨는 "비닐 위에 모래가 앉아 그늘이 지면 오이가 햇빛을 못 받아서 잘 자라지 못한다"며 "비닐 하우스 위에 올라가서 흙먼지를 다 닦아낼 수도 없고 비나 눈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라며 한숨지었다.

4대강(낙동강) 살리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준설토와 흙먼지 때문에 강 주변 마을 주민들이 신음하고 있다. 공사장에서 흘러든 모래바람 때문에 바깥 출입을 못하거나 비닐하우스 위에 흙 먼지가 쌓여 작물 재배를 망치고 있는 것.

이날 만난 금남리 마을 주민들은 황사보다 모래바람을 더 두려워했다. 이모(73) 할머니는 "어제는 꼭 불이 난 것처럼 한치 앞도 안 보이고 모래 회오리가 일어 뒷산이 안 보일 정도였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주민들은 마을을 덮친 모래바람은 낙동강 공사 현장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4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오이마을 건너편 낙동강에는 공사가 한창이었고 곳곳에 모래 더미가 쌓여 있었다. 오이마을을 휘감고 있는 낙동강에는 길이 400m의 칠곡보가 들어선다.

동네 주민들은 "공사 시작 전엔 강풍이 불어도 모래가 마을로 날아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참외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소수연(71) 할머니는 "봄에는 가끔씩 황사가 불지만 눈을 못 뜰 만큼 강한 모래바람이 분 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래가 비닐하우스를 덮어 하우스 천장이 내려앉을 까봐 잠까지 설쳤다"고 걱정했다.

같은 날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 화원 유원지. 유원지 앞 낙동강 주변에는 모래를 잔뜩 실은 덤프 트럭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도 모래 더미가 여기저기 잔뜩 쌓여 있었다. 화원 유원지는 위쪽에 강정보(953m)가, 아래쪽에는 달성보(589m)가 들어선다. 햇살이 쨍쨍한 주말 오후인데도 유원지 주변 식당가에는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화원 동산 입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중섭(45) 씨는 "4대강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렇게 날씨가 좋으면 손님도 많아야 하는데 여기서 밥 먹으면 '모래가 씹힌다'는 소문이 돌아 사람이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이달 3일에는 식당 곳곳을 침범한 모래와 사투를 벌이느라 유원지 일대 19곳 식당 모두 영업을 접었다. 유원지 식당가 사람들은 경치가 좋아 낙동강을 끼고 장사한 것이 공사 이후 오히려 독이 됐다고 말한다.

한 식당 주인은 "강변이니 바람은 항상 불지만 모래가 심하게 휘날린 것은 10년간 장사하면서 이번이 처음이었다. 황사가 불 때도 이것보다는 나았다"며 "어제는 입구부터 식당 구석구석 다 닦아내느라 손님을 받을 수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달성 다사읍 주민들도 달성군 등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공사차량이 읍내 주변 도로를 다니면서 흙먼지를 뿌리고 있고 바람이 강한 날에는 강정보 공사현장 등 낙동강변에서 모래먼지가 날아오기 때문이다.

학부모 이수진(36·여) 씨는 "호흡기가 좋지 않은 아이가 흙먼지 때문에 약을 달고 다닌다"며 "학교에서는 체육활동 등 수업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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