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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산책] 아상블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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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을 만나러 가는 길, 복원 중인 숭례문을 끼고 걸었다. 시립미술관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로댕이라고 하면 '생각하는 사람'만 떠올렸던 나는 이번 전시에서, 생각하는 사람 이외에도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해체의 미학에 깊이 매료되었다.

절단되고 생략되고 해체된 작품 앞에서 나는, 완성이 갖는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머리가 없는 전신상, 몸이 생략된 두상, 그 중에서도 나는 과 앞에서 압핀에 꽂힌 한 마리 곤충이 되고 말았다. 누군가 압핀을 제거해 주기 전에는 애틋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을 것 같다.

몸이 없는 남자의 두상이 팔다리가 없는 여자의 배에 얼굴을 묻고 있다. 눈을 감고 마치 여인의 향기를 빨아들이듯 입술은 반쯤 열려 있다. 더 이상의 것은 군더더기다. 손과 팔과 다리가 있더라도 할 일이 없어 보인다.

이전의 나는 '형태를 완전히 갖춘 것'만이 완성이란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야만 끝맺음 내지 마무리가 제대로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한 사고방식은 인간관계나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보면 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 중 감각 동작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만났다 헤어지더라도 상대방이 어딘가에 존재하며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믿게 된 건 대상항구성(對象恒久性) 개념이 확실히 자리 잡히고 나서부터다. 그러니까 나는 성인 몸을 한 영아였다고 할 수 있다.

과 를 보면서 인체의 부분들이 생략되어 있다고 해서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란 걸 알았다. 오히려 생략된 부분들이 있음으로써 간절함이 더 깊었고 상상의 폭도 넓어질 수 있었다.

무엇인가를 꽉 채우고 싶었던 연초의 계획과 달리 여백이 많은 한 해였다. 12월은 어느 달보다 생각이 많아진다. 로댕의 조각품은 의도적인 생략이었지만 나의 경우는 노력 부족이다. 반성을 하면서 미완성은 새로운 형태의 진화 과정이란 쪽으로 마음을 바꾼다.

전구를 발명하면서 에디슨은 전구에 불이 들어오게 하는 일에 거듭 실패했다. 사람들이 비아냥거렸다. 그는 말했다. "나는 전구에 불이 켜지지 않은 이유 만 가지를 알아냈다." 그런 마음으로 12월을 마무리했으면 싶다.

임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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