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수 '기록향상-기관 '약물금지' 치열한 숨박꼭질

도핑의 세계(상) 엄격한 도핑 검사

도핑 검사는 선수 건강 보호와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된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도핑지원팀 직원들이 도핑 검사 연습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도핑 검사는 선수 건강 보호와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된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도핑지원팀 직원들이 도핑 검사 연습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약물의 유혹에 늘 노출돼 있다. 육상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등 인간의 한계 경계선을 넘나들다 보니 '다른 힘'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더'의 욕망을 이기지 못해 근육강화제나 흥분제 등 세계반도핑규약(WADA Code)의 금지 목록에 명시된 금지 약물 및 금지 방법에 손을 대 인위적으로 운동 능력 및 경기력을 높이는 것이 바로 도핑이다. 도핑을 숨기려는 선수와 밝혀내려는 기관의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도핑 검사도 갈수록 강화되는 한편 첨단화되고 있다.

◆도핑 검사의 필요성 및 제재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 복용을 막아 선수들에게 동등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금지 약물 부작용 등으로부터 선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 도핑 검사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도핑 검사에 응해야 하고, 법적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도핑 검사를 피하거나 검사에서 금지 약물이 검출될 경우 규정 위반으로 자격 정지 2년을 받게 되고 되풀이될 땐 영구 자격 정지의 제재를 받게 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남자 단거리의 벤 존슨(캐나다) 등 육상 스타 중 금지 약물 복용으로 선수 생활을 종친 경우도 적잖다. 미국 여자 육상 스타 매리언 존스도 약물 복용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딴 메달을 박탈당했고, 위증 혐의로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또 러시아 여자 800m의 옐레나 소볼레바는 도핑 검사 전 혈액을 바꿔치기한 사실이 드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조차 못했다.

그러나 치료 목적으로 금지 약물을 복용해야 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으면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이 검출돼도 문제되지 않는다. 단 약을 먹지 않을 경우 건강상 심각한 손상이 우려되는 경우나 금지약물 외의 다른 대체 치료 방법이 없는 경우 등에 국한된다. 아무리 치료 목적이라 하더라도 승인받지 않고 복용하면 도핑으로 처리된다.

◆도핑 검사의 종류

도핑 검사는 크게 대회기간 중에 실시되는 '경기기간 중 검사'(In-Competition Test)와 대회와 관계없이 수시로 시행되는 '경기기간 외 검사'(Out-of- Competition Test)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경기기간 외 검사 비중을 60%로 권장할 만큼 도핑을 사전 봉쇄할 수 있는 수시 검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서 관리하는 톱클래스 선수들은 세계 어디에 있든지 소재지 등 자신의 정보를 분기별로 보고해야 하고, 소재지에서 도핑 검사를 받아야 한다. 도핑 검사 방법도 사전 통지 없이 시행하는 '사전 미 통지 검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도핑 검사 대상

검사 대상 선수는 도핑방지위원회, 국제경기연맹 등 반도핑기구가 수립한 검사 배분 계획과 선정 방침에 따라 선정된다. 선정 방침은 경기 직후 무작위, 1, 3, 5위 등 순위, 의심 가는 선수에 대한 표적 검사 등을 기준으로 하는데 2011 대구 육상세계선수권대회 땐 주관 기구인 국제육상경기연맹의 반도핑 계획에 따라 도핑 검사 대상자가 결정된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특히 도핑에 엄격해 다른 스포츠 대회보다 대상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도핑 대상은 대회에 참가한 전체 선수의 50% 이상 선정하는데,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최첨단 기기를 갖춰 사상 처음으로 전 참가 선수를 대상으로 도핑 검사를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도핑 검사 대상자는 경기 직후 통보되고 곧바로 검사실로 이동해 검사에 응해야 한다.

◆도핑 검사 항목

선수의 몸에서 채취된 소변이나 혈액 시료로 약 230개 금지 약물 종류에 대해 분석한다. 분석 금지 약물 목록에는 S1부터 S9까지 9가지가 있는데, 육상 선수들이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금지 약물에는 동화작용제(남성호르몬제 계통)와 각성제 및 흥분제, 마약성 진통제 등이 있다. 이 밖에 특정 스포츠에 금지되는 약물로 알코올과 베타 차단제류가 포함되기도 한다. 남성 호르몬제 계통은 근육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이 필요한 종목 선수들에게 많이 악용되는데, S1에 해당되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대표적이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경기와 상관없이 검출되면 문제가 되는데, 도핑 검사에서 가장 많이 적발(90%)되는 것이 S1이다. 흥분제는 활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데 감기약에 많이 들어 있어 모르고 먹었다가 도핑 검사에 걸리는 경우가 적잖다. 흥분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에페드린 성분으로 감기약의 99%에 사용된다. 경기가 없을 땐 검출돼도 상관없다. 또 운동선수 중엔 천식 환자가 많은데 대표적인 천식 치료제가 S3인 베타-2 작용제다. 그런데 베타-2 작용제는 기관지를 열어줘 산소를 많이 공급받을 수 있도록 작용해 활동력을 높이기 때문에 중장거리 선수들이 유혹받기 쉬운 약물이다.

정제명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의무전문위원장은 "심장병이나 고혈압, 갑상선 질환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약물인 베타 차단제는 심장 박동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함을 필요로 하는 육상의 근대 5종이나 사격, 양궁 등 선수들에게 종종 악용된다"며 "반도핑은 정정당당한 경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의미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몸에 좋지 않은 약물 복용을 막아 사망 사고를 줄이는 등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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