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 이야기] 체격의 열세는 극복 가능

소아마비 루돌프, 올림픽 100m 우승

육상을 잘 하려면 세부종목별로 적절한 체격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투척과 멀리뛰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에서 거의 손색없는 체격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적 선수들 가운데 체격의 열세를 극복하면서 우수한 기록을 수립한 선수들은 많다. 심지어 장애를 극복한 선수도 있다. 올림픽 육상종목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 최초의 여자선수인 윌마 루돌프(Wilma Rudolph)는 어린 시절에 소아마비 병을 얻어 11세 때까지 왼쪽 다리에 보조기를 대지 않고는 걸을 수 없는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후 1960년 로마 올림픽 100m에서 11초20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고, 200m와 4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장애 수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육상선수들 가운데 체격의 불리를 극복한 사례는 매우 많다. 육상 남자 100m의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도 따지고 보면 체격 불리를 완벽하게 극복한 경우이다. 기존의 스프린터들의 키가 170cm대 후반에서 190cm 사이인 점과 비교해 보면 볼트는 키가 196cm나 돼 긴 다리를 오므렸다 펴는 스타트에 불리하고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을 수도 있다. 작은 키에 근육으로 다져진 몸매를 특징으로 하는 단거리 주자들과 비교할 때 볼트는 머리 하나가 더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에드워드 코일 교수는 "볼트는 근육질의 짧은 다리를 가진 선수들과 비교할 때 출발에서 부족한 폭발력을 긴 다리를 이용한 넓은 보폭과 가속력으로 극복했다"고 분석했다.

남자 높이뛰기 선수는 대부분 장신이며 키가 클수록 유리하다. 높이뛰기에서 245cm를 넘어 세계기록을 보유한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Javier Sotomayor)는 194cm, 우리나라의 이진택 선수는 190cm, 1980년대 초반 세계기록을 3차례나 경신한 중국의 주전화(Zhu Jianhua)는 194cm 등으로 세계 10위권 이내 선수의 평균 키는 195cm에 이른다. 그렇지만 예전의 높이뛰기 선수들의 키는 크지 않았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우승자인 구 소련의 발레리 브루멜(Vallery Brumel)이 185cm, 1970년 229cm의 세계기록을 세운 중국의 니 치칭(Ni Zhiqing)이 1m84cm에 머무르는 등 1960, 1970년대 높이뛰기 선수들의 키는 평균 185cm였다. 주전화의 동료였던 카이 슈(Cai Shu)는 173cm에 불과했으나 자신의 키보다 54cm 이상을 더 높이 뛰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232cm를 넘어 4위에 오른 스웨덴의 스테판 홀름(Stefan Holm)의 키도 181cm로 크지 않은 편이다. 그는 15세 때 높이뛰기 선수로서는 키가 작다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고집스럽게 훈련했다. 작은 키를 극복하고 점프력을 높이기 위해 도움닫기에 유리하도록 하체근육 발달에 주력했으며 높이 솟구친 후 최대한 허리를 구부릴 수 있도록 유연성을 길렀다. 그는 자신의 키보다 무려 59cm 더 높은 240cm를 최고기록으로 남겼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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