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수험생의 성적표를 공개한 2011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은 유난히 어려웠다.
당초 '평이한 수준'이라던 올해 수능 난이도는 가채점 이후 심상찮은 분위기로 흐르는가 싶더니, 성적 발표 후에는 전 영역이 지난해에 비해 모두 어려웠다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평가원이 공언한 70%의 EBS연계율은 체감 난이도를 낮추지 못했다. 입시기관들은 '역대 최고 난이도'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유난히 어려웠던 이번 수능에서도 '수석'은 나왔다. 대구에서는 시지고 3학년 김대희(자연계) 군이, 경북에서는 경북외고 장유동(인문계) 양이 1위를 차지했다. 요즘 하는 말로 공부의 신, '공신(工神)'이다. 두 학생을 직접 만나 학생·학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만한 것들을 물어 보았다.
◆'오답 노트 꼭 만드세요', 김대희 군
김대희 군을 만나서 든 생각은 자기주도적 공부습관의 전형으로 꼽을 만하다는 것이다. 끌려가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답만 가려내는 공부도 하지 않았다. 틀렸든 맞췄든 같은 문제라도 일정기간 후 다시 보면서 깊이 공부하는 습관을 길렀다. 김 군이 다니는 시지고는 공립고교다. 왜 사립고를 선택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집(시지동)에서 가깝고, 공립 선생님들이 더 잘 가르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넷 강의나 사교육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고교에 진학하기 전에 이미 과학탐구 4개 과목을 다 훑었다고 했다. 중1,2학년 때 동부교육청 영재원을 다니면서 수학과 과학을 선행할 수 있었다.
이번 수능에서 받은 김 군의 점수는 백분위 400점 만점에 399.25점. 수리 가 형과 외국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고, 언어 영역과 화학Ⅱ, 생물에서 1문제씩을 놓쳤다. 내신관리도 소홀하지 않았다. 덕원중과 시지고에서 재학한 6년 동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도대체 이런 성적의 비결은 뭘까. 김 군은 언어 영역이 약했다고 한다. 2학년 때는 82점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다는 것. "정답을 골라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이 답은 주어진 지문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계속 생각했어요." 과목을 불문하고 '개념화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념화의 비결은 수업 때 한눈 팔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학원은 문제 풀이 위주이기 때문이다. 이런 개념 중심의 공부 방법 덕분에 기출문제와 '고득점 300제', '10주 완성', '파이널' 등 몇 권의 EBS문제집만 풀고도 언어 영역에서 원하는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오답노트는 반드시 만들라고 권했다. 이번 수능에서 가장 어려웠던 수리 가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만들어 온 오답노트의 힘이었다. 노트를 보면서 왜 이렇게 됐는가 집중했고, 모르는 것은 선생님께 질문했다. "제 경우 고1 겨울방학 때부터 문제와 풀이과정을 쓰면서 오답노트를 만들었어요. 꼭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들만 골라 모았습니다. 따로 형식은 없고요, A4용지나 노트에 기록해서 편하게 끼워넣었어요." 중요한 정의나 개념을 정리한 노트도 만들었다. 김 군은 이런 식으로 고교 3년간 수리 6권, 언어와 외국어 1권씩의 노트를 만들었다.
이런 차근차근한 준비 덕택에 고3 수험생이 돼서도 무리하지 않을 수 있었다. 취침 시간은 늦어도 새벽 1시를 넘기지 않았다. 아버지가 의사인 김 군의 장래 희망은 의학연구소 연구원이나 의대 교수. 고2 때 정부 지원을 받아 스웨덴의 한 대학 의학연구소를 견학하고 느낀 바가 컸다. 김 군은 "결국 공부는 '내가' 하는 것이란 걸 명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로는 미리 정하세요', 장유동 양
장유동 양 역시 철저한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이번 수능에서 경북 전체 수석의 성과를 안았다. 김대희 군과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김 군은 고교 진학 때부터 '완성형'이었던 반면, 장 양은 '진행형'이었다는 것이다. 경북외고 입학 직후 치른 시험에서 장 양은 전교 30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수능에서는 언어 영역에서 1개 문제를 틀린 것을 제외하고는 수리, 외국어, 탐구 4개 과목에서 모두 만점을 기록하며, 꿈을 일궈냈다. 일취월장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집이 대구인 장 양에게 가장 먼저 한 질문은 왜 굳이 구미에 있는 경북외고를 택했느냐는 것이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등·하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공부하는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숙사 생활은 빡빡했다. 오전 6시에 기상해 구보와 식사를 마치면 8시부터 수업이 시작됐다. 자율학습은 오후 11시 30분이 돼야 끝났다. 귀가일도 1·2학년 때는 3주에 한 번, 3학년 때는 1,2개월에 한 번 꼴이었다. 첫 한두 달의 적응기간이 지나자 기숙사 생활은 오히려 도움이 됐다. "집에선 마음이 놓이고 풀릴텐데, 학교에서 잡아주니까 좋아요. 고3이 돼서는 집에 가기 싫을 정도였어요." 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학원은 갈래야 갈 수가 없었고, 학교에서 운영하는 심화반에서 실력을 쌓았다.
또 하나, 장 양에게 주목할 점은 일찌감치 진로를 정했다는 점이다. 목표인 경찰대 입학에 필요한 공부를 했다.
공부 잘하는 비결을 묻자,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군과 같은 대답이었다. 학원 다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안 다녀봐서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3이 돼서는 내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학원을 다닌다면 시간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과목별로 구체적인 공부 방법을 물었다. "언어·수리·외국어는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꾸준히 했어요. 일요일에는 모의고사 형식과 똑같이 시험을 치렀어요. 고3이 돼서는 공부 스케줄을 미리 세워 취약한 과목을 일정 기간 동안 집중 보충했고요."
EBS 교재보다는 기출문제 풀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EBS교재는 학교 수업시간 때 다루는 걸로 충분했다. 장 양은 EBS 문제가 그대로 출제될 리도 없고 오히려 기출문제를 통해 문제풀이나 출제경향을 익히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장 양은 "수업 시간과 자습 시간에 안 졸릴 정도의 수면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고3이 돼서도 충분히 성적을 올릴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전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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