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름통] 개봉작도 안방에서?

예전에는 모든 영화들이 토요일에 개봉됐다. 금요일 밤이면 내일 개봉될 영화에 대한 기대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토요일 개봉은 수십 년간 이어져온 관행이었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흥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요일로 옮기더니 주 5일제로 바뀌면서 다시 목요일로 당겨졌다. 간혹 세계 최초 개봉이란 이벤트를 위해 수요일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있지만, 현재는 목요일이 대세다. '스파이더맨3'가 2007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화요일에 개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월요일 개봉은 아직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개봉 영화를 보기 위해 길게 매표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던 풍경은 지금은 보기 어렵다. 과거에는 영화 프린트 벌수 제한이 있어 대도시에서도 한 개 영화관에서만 개봉했지만, 지금은 흥행작의 경우 수백 개의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된다. 기다림과 두근거림이 없어진 지 오래다.

급기야 개봉영화를 집에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내년부터 개봉하는 날과 동시에 자기 집 응접실에서 편안하게 개봉 영화를 보는 서비스가 미국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프리마시네마라는 업체가 내년 말께 상용화를 목표로 이런 서비스를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업체는 현재 대형 영화사 6곳과 중소형 영화사들을 접촉해 저작권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5년 내에 25만 가구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싼 가격이 흠이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려면 시스템 구축에 2만달러(한화 약 2천200만원)를 내야 하고 이후 영화를 볼 때마다 1편당 500달러(한화 약 55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과연 이런 비용을 치르고 자기 집에서 개봉영화를 보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새로운 영화 산업의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다. 오히려 해적판 유통만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무리 강력한 복제금지 기술도 만든 이들이 있으면, 푸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극장주들은 "해적들에게 조기에 신선한 디지털 복제본을 주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미 영화계에서는 전통적인 영화 개봉 방식이 무너지고 있다. 통상 영화 개봉 후 DVD 발매, 케이블 채널, 공중파 채널 등으로 이어져오고 있지만, 현재 DVD 시장이 계속 축소되면서 영화 개봉에 올인하려는 노력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이러한 배급 형태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디지털시대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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