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점검 대학병원 응급실] (하) 아픈것도 때를 맞춰야?

심근경색, 30분내 처치, 야간·휴일엔 취약

휴일과 야간시간대는 병원 응급실의 처치 능력이 떨어져 응급실 상황을 미리 알아보고 병원에 가거나
휴일과 야간시간대는 병원 응급실의 처치 능력이 떨어져 응급실 상황을 미리 알아보고 병원에 가거나 '119'나 '1339' 등 응급처치가 가능한 전문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응급실을 가본 사람이라면 아픈 것도 때를 잘 맞춰야만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반 우스갯소리지만 실제 응급체계상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휴일이나 야간 등 응급실 취약시간대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탓도 있지만 병원의 응급실 상황은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병원으로 달려가면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이 발생하곤 한다.

◆휴일과 야간 응급처치 떨어져=지난해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사망 위험이 높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발병시각 분석자료를 보면 오전 0~2시 발생 환자가 14.4%(2천200여 명)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응급실을 가장 많이 찾는 시간대는 오전 10~12시였다. 전체 환자 중 14.6%(2천300여 명)가 이 때 병원을 찾았다. 심근경색처럼 분초를 다투는 질환은 발병 직후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새벽 2~4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678명(4.3%)에 그쳤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상황을 미처 인지하지 못해서 병원으로 오지 못하거나 새벽시간대의 특성상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채 숨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병원의 인력과 장비가 정상 운영되는 평일 주간에 온 환자와 야간 또는 휴일에 온 환자 비율은 비슷했다. 하지만 응급실 처치는 사뭇 달라진다. 혈전용해제 투여율을 보면, 평일 주간은 7.2%에 불과했지만 야간이나 휴일엔 14.9~18.9%로 2배 이상 높아진다.

한 응급실 관계자는 "응급실 취약시간대인 야간이나 휴일엔 관상동맥 중재술(PCI)을 통한 풍선확장 등 적극적인 시술을 할 수 있는 인력이나 장비 가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24시간 똑같은 인력 체제를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미국심장협회 권고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혈전용해제 투여는 30분 이내, PCI 시술은 90분 이내를 적정시간으로 본다. 2008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제때 이런 처치를 받은 비율은 평일과 휴일, 야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가령 30분 이내 혈전용해제 투여의 경우, 평일 낮에는 40%를 웃돌지만 휴일엔 29%대로 떨어진다. 90분 이내 PCI 시술도 평일 낮시간대에는 70%에 육박하지만 휴일 낮이 되면 45%대로, 휴일 야간에는 51%대로 크게 낮아진다.

◆119와 1339를 보다 적극 활용해야=대구의 경우 응급실의 90분 이내 PCI 실시율은 75.3%로 강원에 이어 전국 16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30분 이내 혈관용해제 투여율도 35%로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다. 이는 대구지역 병원들의 응급실 초기 대응이 빠르다는 뜻이다.

하지만 휴일이나 야간시간대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도 차이가 크다. 응급실에 있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입·퇴원 등 빠른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평일 낮시간 응급실 재실시간은 평균 4.4시간이지만 야간엔 5.6시간으로 크게 늘어난다. 특히 중증 외상은 4.9시간에서 6.4시간으로 30% 이상 늘어난다.

그나마 이런 환자들은 시간이 다소 지체되더라도 응급실까지 도착한 경우다. 상당수 환자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숨을 거두거나 치료 시기를 놓친다.

대구의 경우 3대 중증 응급질환(지정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외상)의 119 구급차 이용률이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119 구급차 이용률은 32.4%에 그쳤다. 강원은 65.5%로 가장 높았고, 대부분 시·도가 50% 안팎이었다. 30%대의 이용률을 보인 곳은 대구가 유일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들이 도심에 밀집한 지역의 특성상 119 구급차보다 택시나 자가용을 타고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며 "문제는 이런 경우 적절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옮겨다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수용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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