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레몬티 주세요."
최근 영화 '김종욱 찾기'(8일 개봉)를 마친 임수정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초겨울로 접어들어서인지 한낮인데도 제법 쌀쌀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 때문일까. 그녀가 시킨 레몬티의 은은한 향기가 포근하게 다가왔다. 초겨울에 가장 잘 맞는 차라고나 할까.
누구나 첫사랑을 마음에 품고 있다. 고이 접어 추억의 상자에 넣은 사람도 있을 테고, 아직 진행형이거나 앞으로 만나기를 꿈꾸는 사랑의 초보자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나 첫사랑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 한쪽이 아련해지고 시린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임수정도 그랬다. 아련해지고 약간은 슬퍼진다고 한다.
"솔직히 첫사랑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는 뭣하고, 저는 옛사랑이라고 하고 싶은데요.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자면 조금 슬퍼져요. 영화 속 지우의 첫사랑을 겪고 나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첫사랑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지 않아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임수정은 오래전 인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김종욱(공유 분)이란 남자와 달콤 쌉싸래한 '첫사랑'을 겪은 후 10년 넘게 마음에 간직하면서 변변한 연애조차 하지 못하는 지우란 인물을 연기했다.
"저는 지우처럼 첫사랑에 대한 기억에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럼 그녀 임수정은 도대체 어떤 스타일의 사랑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확실히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사랑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불꽃 같고 열정적인 것도 좋지만 진짜 편안한 그리고 존재감만으로도 나를 안정시켜주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제대로 연애 좀 해보고 결혼
자신의 상대를 어느 정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혹시 편안한 상대를 만나면 바로 결혼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임수정은 "저도 연애 좀 해봐야죠"라며 샐쭉 웃었다. "결혼이 급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요새 분위기도 다들 결혼을 늦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대로 연애 좀 해보고 결혼하고 싶어요. 게다가 부모님이 천천히 가라고 하세요."(웃음)
말 나온 김에 '만약'이란 단서를 달고 부모님이 결혼할 상대를 반대하면 어떻게 하겠나라고 물었다.
"글쎄요.(웃음) 닥쳐봐야겠지만 부모님께서 왠지 인정해 주실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얘기를 하시겠지만 나중에는 지지를 해주실 것 같아요. 딱히 뭐라 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웃음)
#마흔까지는 연기에만 전념
그러고 보니 임수정도 벌써 나이가 서른하나. 보름 앞으로 다가온 2011년에는 서른둘이 된다고 한다. 그리 적지 않은 나이다. 배우로서, 또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말이다. 게다가 2011년은 임수정이 연기자로 데뷔한 지 딱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그냥 기본을 잘 쌓아온 것 같아요,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기본기를 잘 닦았다라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 살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느낌이랄까요."
그녀는 덧붙여 마흔 살까지만 연기하고 싶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몰라서가 그 이유라고 한다.
"그냥 요새 든 생각이에요. 앞으로 10년 정도만 더 해보자라고요. 이러다 마흔이 됐을 때는 쉰까지 하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10년은 연기에 빠져서 살 거예요."
#작품 내놓을 때마다 보고 싶어지는 배우로
다행히 그녀의 '마흔 살 발언'이 확정이 아니라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영화계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 또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그녀를 스크린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그리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꿈꿔 온 배우로서의 로망이 궁금했다.
"배우의 삶을 딱 반 정도 살아온 것 같아요. 어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많은 것을 이뤄서 좋겠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도 저의 최고점을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까지의 저는 저의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죠. 관객들에게 다음, 또 그 다음 작품 속 임수정이 궁금해지는,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보고 싶어지는 배우로 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에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李대통령, 취임 후 첫 출국…G7 정상들과 양자회담 주목
TK가 공들인 AI컴퓨팅센터, 정권 바뀌니 광주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