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여교수회와 경북대 교수회 양성평등위원회는 8일 오후 2시 제이스호텔에서 '대학의 여성 인력 참여 확대 및 능력 증진 지원 사업'에 대한 국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대학은 영유아 보육의 수요가 높을 뿐 아니라 동시에 질 높은 인력이 상주해 있는 공간이다. 아동학과, 식품영양학과, 간호학과 등 전문 인력들의 지원이나 학생들의 봉사를 얼마든지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 직장보육시설을 갖추고 있는 종합대학을 찾아볼 수 없다. 경북대여교수회 회장이자 경북대 교수회 양성평등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남희 경북대 미술대학 교수는 "지역 대학들이 직장보육시설에 대한 관심이 적은 이유는 아직도 자녀 양육을 여성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남성과 사회의 보수적인 시각 탓"이라면서 "하지만 이제 젊은 남성들 중심으로 육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날 세미나에는 일본 오차노미즈대학, 서울대 직장보육시설 관계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경북대 내 보육시설 건립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모범적 보육 돋보이는 일본 도쿄대와 오차노미즈대학 부속 보육원
경북대여교수회는 지난달 일본의 도쿄대와 오차노미즈대학의 직장보육시설을 방문했다. 이들 대학은 대학 내 직장보육시설로 유명하다. 특히 도쿄대는 대학 내 직장보육시설이 7군데나 있다. 이들은 대규모가 아니라 소규모로 만들어져 부모 가까이에서 아이들이 자랄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경북대 채연숙 독어교육과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오차노미즈대학과 도쿄대의 보육원과 유치원을 방문한 결과를 발표했다.
도쿄대 부속 케애케 보육원은 일본과 나이지리아, 중국, 한국, 미국 등 6개국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특히 생후 6주 이후 영아까지 받아주고 있어, 영유아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도쿄대학은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있는 대학인 만큼 식단을 개인별로 짜는 것이 특징. 국가별로 종교가 다르고 개인 영유아의 알레르기 및 특이 체질을 고려해 식단표를 개별적으로 조정하는 세심함을 보이고 있다.
오차노미즈대학은 수유실에서 영유아의 어머니들이 수유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면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이 대학 역시 중국 유학생 자녀 두 명이 입소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다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보육원 바로 옆에 유치원이 있는데, 두 곳의 통로가 연결되어 있어 형제나 자매가 유치원과 보육원에서 일과를 보내다가 퇴소 후 함께 만나 하교할 수 있다. 영양사는 연령별로 음식을 다르게 만들고 아이의 건강 상태를 일일이 표기하는 세심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재료들은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구입해 친환경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채 교수는 "남녀공동 참가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는 츠쿠바 대학의 경우 직원이 아이를 낳으면 비상 상근 강사를 배치해주고 교원 평가에서 육아 보육도 한 항목으로 정하는 등 아이를 키우는 직원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이 많다"면서 "특히 실험이 많은 학과는 24시간 육아 보육을 하는 사람을 찾아주거나 연구 보조원을 연결시켜주는 등 유연한 근무 형태를 제공하는 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부산대 직장어린이집 성공적···경북대 추진 중
국내에서는 서울대와 부산대가 직장어린이집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생활과학대학어린이집은 1998년 3월 개원해 큰 호응을 얻으며 운영 중이다. 유아 보육시설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유아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문화어린이센터를 신축해 2011년 3월 개원을 앞두고 있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국립서울대 아동보육사업의 현재와 미래'에서 서울대 생활과학어린이집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어린이집은 단순한 보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영유아의 발달과 교육에 대한 현장과 이론의 접목을 통한 학문적 발전을 꾸준히 시도해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학 내 직장보육시설 성공 이유에 대해 인적 자원의 우수한 자질, 교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성실성, 학부모들의 협력 등을 꼽았다. 내년 3월 개원 예정인 다문화어린이센터는 기존 유아교육기관의 기본적인 보육 기능에 다문화 교육, 다언어 교육 기능을 보완한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할 예정이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연구실장은 '대학부설 직장보육시설의 역할과 기능'을 발표했다. 서 실장은 "대학 직장보육시설이 아동에 미치는 효과는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훨씬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내렸다. 쾌적하고 안정된 보육 환경, 전문성 높은 교사, 전문가 집단에 의해 개발된 우수한 프로그램과 아동 중심 활동 등이 아동의 전인발달에 영향을 주며, 부모와 연계가 강하고 아동의 심리적 안정, 재투자가 가능한 공공시설로서의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상처받기 쉬운 가정의 아동, 장애 아동,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에 대한 국가나 사회의 개입 기능도 함께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도 여교수회를 중심으로 경북대 어린이집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임지영 경북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경북대 어린이집 설립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박남희 경북대 미술대학 교수는 "대학은 캠퍼스 내에 질 높은 교사 인력과 충분한 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대학 내 직장보육시설은 대학의 관심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면서 "연구자와 학생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대학과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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