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1일 굳은 표정이었다. 22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경북 시도민 결의대회에 앞서 이날 오후 대구를 찾은 손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재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대구백화점 앞에서 '이명박 독재 심판'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채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서명을 당부하는 모습은 평소와 다른 투사의 이미지였다. 그리고 그는 대구백화점 앞 길에 설치된 천막에서 잠을 청했다.
손 대표는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번 예산안 날치기는 그냥 날치기가 아니라 독재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평소 입가에 머물던 미소는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예산을 이처럼 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었다"며 "예산결산특별위의 계수조정소위에서 감액 심사를 한 뒤 증액 심사를 할 시점에 별안간 심사가 중단됐고, 서울대 법인화법과 파병동의안 등 국회 상임위 심사도 하지 않은 법들도 갑작스레 통과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과도 대화하지 않겠다는 독재의 선포"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또 "날치기의 본질은 반서민"이라며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비, 방학 기간 결식 아동 지원 예산, 노인정 난방비 추가 지원 예산 등이 삭감되면서 형님 예산만 챙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미 FTA도 밀어붙일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없다"고 했다.
연평도 포격 훈련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서해 5도가 분쟁 지역이 되고 나아가 한반도가 분쟁 지역으로 각인되면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가 강대국 손에 넘어가는 구한말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안보 정국을 조성해 예산안 날치기로 흉흉해진 민심을 잠재우는 등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했다.
언제까지 장외투쟁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생각하는 것이 있다"며 여운을 남긴 뒤 "조금 더…, 단지 보여주기 식으로 나서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으로 나서는 것이다.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투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약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다. 잘못됐으니까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재로 가는 것을 이 대통령의 고향이자 진보정치의 본산인 대구에서부터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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