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도시철도 3호선 인근…올라가는 교각, 흔들리는 집값

도시철도 3호선 주변 상가와 주민들이 조망권과 재산권 침해가능성 때문에 걱정이 많다. 사진은 도시철도 3호선 건들바위 네거리에서 명덕네거리 방향.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도시철도 3호선 주변 상가와 주민들이 조망권과 재산권 침해가능성 때문에 걱정이 많다. 사진은 도시철도 3호선 건들바위 네거리에서 명덕네거리 방향.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조망권을 침해받고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요. 3호선이 운행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습니다."

대구의 남북과 동서를 가르는 지상전철 '도시철도 3호선'과 인접한 상가와 아파트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호선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교각과 인접한 상가와 주택 경우 자칫 흉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조망권·사생활 침해 민원이 생겨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대구시는 최첨단 시스템과 디자인 요소 도입을 통해 시민 우려와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려가 현실로…"=22일부터 24일까지 도시철도 3호선 전 구간에 인접한 상가와 아파트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교통측면의 기대 효과는 별개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도시철도 교각과 불과 30m도 채 안 되는 곳에 위치한 수성구 H타운. 이곳 부동산 관계자들은 "아직 집값은 그대로이지만 3~5층에 사는 주민들이 가끔 집을 내놓겠다는 문의를 해오곤 한다"며 "사생활 침해를 피해 자동흐림 창문을 이용한다지만 3호선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크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지상철 교각과 30m 안팎에 위치한 수성구 지산·범물 아파트 주민들 역시 "5층 이하 아파트, 특히 도시철도 교각과 인접한 곳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가끔씩 매물로 나와도 3호선 피해를 우려하는 매수자들이 가격을 낮춰 부르거나 아예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3호선 공사에 가장 크게 반발했던 범물동 C아파트 경우 공사 과정에서 직면하고 있는 교통 체증이나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사 단계에서 언제 교각 민원이 폭발할 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3호선 궤도빔 높이(11m)보다 낮은 곳에 형성된 상가들 역시 조망권 피해가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북구 고성동 달성초교네거리에서 만난 송선상(65) 씨는 "교각 콘크리트가 앞을 가려 가게 분위기가 어둡다. 궤도빔까지 올라가면 그늘까지 져 더욱 흉물스러울 것"이라며 "주변 상가 4곳의 주인이 한꺼번에 바뀔 만큼 분위기가 나쁘다. 여기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길까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문제점 최소화하겠다=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지상화 방식의 도시철도 3호선 경우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차량내 창 크기(가로 194cm, 세로 100cm)가 시내버스 2배 정도로, 승객들은 20m 거리 안팎에서 공동주택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건설본부는 선로 주변 주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창문흐림 장치 설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창문 흐림장치는 차량 창유리에 TV화면과 같은 액정 필름을 삽입해 선로 정보에 따라 해당 지역에 접근할 때마다 자동으로 전기 공급을 차단해 일시적으로 액정 화면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건설본부 측은 "일본 고베의 롯코 아일랜드선이 전동차 창문흐림장치를 적용해 효과를 거둔 바 있다"며 "차량 컴퓨터가 운행 위치를 감시, 설정 구간에서 자동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건설본부는 또 교각 등 도시철도 지상화 건설은 외관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게 사실이지만 디자인 요소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700개가 넘는 교각이 대구의 남북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쓸 수밖에 없다는 것.

이미 대구시는 경북대 시각디자인연구소에 1천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도시철도 도심 디자인 용역을 의뢰, 내년 5월쯤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연한 페인트나 특수 코팅 처리로 시멘트의 차가운 느낌을 순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본부 측은 "조망권 및 사생활침해 등 시민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며 "도시경관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도심, 하천 등 특성에 맞는 구간별 디자인 계획을 수립하겠다 "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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