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 토요일 오후 1시 20분쯤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요금소를 지나 인천국제공항 방향으로 약 500m 지난 지점에서 24명이 탑승한 고속버스가 도로에서 10m 아래에 있는 공사현장으로 추락했다. 고장으로 도로에 멈춰선 승용차를 달리던 화물차가 들이받았고, 뒤따라가던 버스가 이들 차량을 피하려다 일어난 사고였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사고 버스는 포항을 출발해 경주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차량이어서 희생자 대부분은 포항과 경주에 사는 가족 단위의 승객이었다. 경주는 지난해 12월 16일 경주 현곡면 남사재 관광버스 추락참사로 17명이 숨진 아픔을 당했기에 이날의 참사는 더욱 안타까웠다.
◆참사 후 6개월, 아물지 않는 상처
사고로 숨진 임찬호 경주대 교수 가족은 일가족 5명 중 4명이 참변을 당했다. 가족들이 싱가포르로 여행을 나선 길이었다. 가족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임 교수의 둘째 아들(8)은 경기도에 사는 임 교수의 여동생이 돌보고 있다. 임 군은 숨진 가족들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등 아직도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은 소식을 전했다.
경주대 동료 교수들은 임 교수에 대해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하신 분이었고, 학생들에게는 따뜻하면서도 엄한 스승이었으며, 강의 평가에서는 줄곧 최우수를 받은 전도유망한 교수였다"고 기억했다. 사고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임 교수를 비롯한 가족이 잠든 경기도 광주 시안공원묘원에는 그를 추모하는 제자들과 동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시형 포스코 기술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직장 동료인 서인국(53) 씨와 함께 외국 출장길에 올랐다가 숨졌다. 이 씨는 연구원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사람이었다. 이 씨와 함께 탑승했던 서 씨는 부상에서 회복해 직장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그날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다. 유학 중 방학을 맞아 귀국했다가 공항으로 돌아가던 고은숙 양, 동료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버스에 탑승했던 포스코건설 노정환 이사보 등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고인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무리되지 않은 보상과 처벌
참혹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사고 발생 6개월이 지났지만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현재 사망자 14명 중 8명의 가족만이 사고 버스의 보험기관인 전국버스공제조합과 보상금 문제에 합의했다.
반면 임찬호 교수의 유족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며, 숨진 예규범 씨의 가족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낸 버스 운전기사 정모(53) 씨가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아 경찰 수사도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정 씨가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으며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회복되는 대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장 차량을 도로 한복판에 세우면서 후방에 삼각대를 세워놓지 않아 사고를 불러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마티즈 운전자 김모(45·여) 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현재 김 씨는 사고 충격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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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재발 방지 대책은
이 사고 이후 같은 유형의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9월 1일 고속도로 요금소의 하이패스 통과 최고속도 제한 규정을 시속 3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고시했다. 또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삼각대는 이 사고 이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배까지 증가하는 등 삼각대 설치의 중요성이 사람들에게 인식됐다.
그러나 교통 전문가들은 "대형 차량 운전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사고 방지 대책의 가장 우선 순위"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북교통안전공단 안전운전체험연구교육센터 김기봉 센터장은 "인천대교 버스 추락 사고는 버스 기사의 과속과 안전거리 미확보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사고다발 운전자나 업체, 사고 장소를 선택해서 집중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인 교통사고 예방책"이라고 지적했다.
경북교통연수원 장우혁 원장은 디지털운행기록계나 영상기록장치 등 IT시스템을 폭넓게 활용해야 하고 특히 선진국형 안전운전체험교육을 통해 운전자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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