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beautiful(인생은 아름다워)."
제목이 아름답다. 하지만 가슴 아픈 역사가 담긴 이야기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의 참혹한 현실로부터 아들을 지키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이탈리아 영화다. 수용소의 비참한 생활을 유머스럽게 묘사로 인해 비인간적인 상황이 역설적으로 강조됐다.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Leon Trotskii)가 암살당하기 직전에 남긴 글,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가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만약 이 영화의 제목처럼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말을 투영하면 각자 상황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일까? 눈물겹도록 어려운 생활을 해가며, 상처 투성이의 삶을 연명하고 있어도 이들은 '그래도 희망은 있고, 인생은 살 만하다'고 말할 것이다. 왜냐 하면 가까운 곳에서 힘겨움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이들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설날 전에 대구 남구의 한 칼국수 식당에서 만난 '함께 하는 사람들'도 이런 '인생은 아름다워' 대열에 합류하며, 어려운 시절에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언론에 공개되기까지 무려 22년째 해오던 봉사였다. 20대 중·후반에 만나 모임을 결성한 이들은 이제 불혹을 훌쩍 넘어서 지천명 즈음이었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인생이 왜 아름다운지 조금 더 이해가 됐다.
◆우린 뭉쳤다. '아름다운 삶을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은 22년 전 모임의 핵심 멤버들이 이런 생각에서 뭉쳐 탄생했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서로 기쁨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몇 명이 주도적으로 활동해 회원들을 모집하다보니 이내 축구 스타팅 멤버가 모였다. 이 모임에 몇몇 이탈과 새 회원 가입이 있었지만 7, 8명은 그대로 주축이 돼 22년째 순수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구성원이 다양하다보니 어려운 이웃을 돕기도 더 용이하고, 인맥도 더 탄탄하게 형성되는 시너지 효과까지 나타났다. 매년 두 번씩 모이는 가족 모임도 모든 회원에게 큰 기쁨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축구팀을 꾸릴 수 있는 천차만별의 직업을 가진 회원 11명을 소개하면 이렇다. 현 회장은 정하규(49·경산여고 교사) 씨, 총무는 모임에서 가장 연하인 김상균(42·농어촌개발공사) 씨가 맡고 있다. 22년 동안 이 모임이 지속되다보니 이미 회원 모두가 1, 2번 이상은 회장과 총무를 역임했다. 김성호(51·블레스 조명 대표) 씨는 이 모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으며, 회장직도 가장 많이 맡았다. 제일 맏형인 이장홍(53·동국공방) 씨는 모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말수는 적지만 모임에 큰 힘이 되고 있는 우병익(52·동강입시학원장) 씨가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다.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에 다니는 박형용(51·㈜한국알티에스 전무이사) 씨, 김제동이라는 걸출한 스타 MC에게 큰 가르침을 준 방우정(52·전문강사·MC·방송인) 씨, 의외로 개그맨의 피가 흐르고 있는 권기만(52·KT&G 남대구지점 팀장) 씨도 이 모임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렇게 소개한 8명은 이날 모임에 참석했지만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3명이 더 있다. 일명 '상해지사 특파원'으로 불리며 이 모임에서 가장 많은 엔돌핀을 발산한 장창관(48·중국에서 사업) 씨, 홍일점인 김영순(43·생태학습전문가) 씨, 모임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김양진(49·블레스 조명 직원) 씨.
이들은 매월 회비 1만5천원씩을 내고, 또 사업이 잘 된다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특별회비를 낸다. 특히 어려운 사정에 처해있는 이웃들의 딱한 사연을 들으면, 지갑을 또 연다. 연말연시 봉사활동도 잊지 않는다. 이 때 다양한 직업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웃음과 기쁨을 전하는 폭발력있는 무기가 된다.
◆감동이 있는 이웃사랑 실천
"우린 A.S(After Service)가 됩니다."
이 모임의 봉사활동이 다른 곳과 차이가 있다면 감동이 있고, 스토리가 흐른다는 점이다. 특히 그 결정판은 부모도 없고, 주민등록까지 없는 한 여자 아이를 도와 결혼까지 시키고, 그 여성은 그 사랑에 대한 사회적 보은 차원에서 자신의 자녀 외에 입양한 자녀까지 함께 키우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년 전, 이 모임은 어려운 사연의 이 여자 아이를 중학생 때 부터 알게 됐다. 그 다음은 이 모임 회원들이 부모이자 보호자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고교 졸업식에 단체로 학교를 방문해, 친구들의 부러움까지 한 몸에 받게 해줬다. 결혼식은 감동의 무대였다. 비디오 촬영부터 이바지 떡, 친인척 역할 등 부모가 없어도 전혀 그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인생 최고의 날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이 모임의 역할이었다. 이제는 목사의 부인이 되어 있는 이 여성과 더 이상 교류하기는 어려워진 것.
그렇게 끝나면 감동 스토리로 조금 약했던 탓일까? 두 아이의 엄마인 이 여성은 10여 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안부를 전하면서 셋째를 공개 입양했다는 사실을 이 모임의 카페에 글을 남겼다. 공개 입양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모임이 자신에게 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함이라는 이유까지 밝혔다. 이쯤 되면 감동의 완성이다.
회원인 김성호 씨는 "당시 우리 모친이 새벽에 이바지떡을 준비하고 집을 빌려줬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올해 다시 설 이후에 이 여성을 만날 계획인데 설레고 벅찬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에는 한 청년의 개안(開眼) 수술도 도왔다. 이 청년의 수술비는 회원들의 특별 회비로 충당했으며, 이후에도 자주 만나 삶의 활력이 되어주는 역할을 잊지 않았다. '한번 돕기 시작하면 끝까지 돕는다'는 모임의 불독 정신처럼 이들은 어려운 학생들에겐 돌아가면서 도시락 밑반찬까지 싸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진로 상담에도 나름의 각자 사회 경험을 살려 도움을 줬다.
이들이 뜨면 다른 어떤 모임보다 즐거움도 크다. 매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시설 방문에는 각종 레크레이션 등에 능숙한 이들이 개그맨들보다 더 큰 웃음을 선사하며, 특별히 어려운 사람에게는 특별한 봉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세상이 힘들수록 A.S 봉사의 감동은 크고, 짠합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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