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인 재앙인 구제역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0년 경기도 파주의 한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66년 만에 발생한 구제역이라 방역 당국이 크게 긴장했다. 그러나 초기에 강력한 살처분 정책과 백신 접종 정책을 병행해 단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근절했다. 이어 2002년 5월 경기도 안성의 돼지 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근절했다.
한동안 잠잠하다가 2010년 1월 포천 지역 젖소에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4월에는 포천과는 전혀 다른 바이러스에 의해 강화의 한우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작년 초에 발생한 포천 구제역과 강화 구제역은 강력한 살처분 정책 적용으로 성공적으로 근절해 작년 9월 청정국 지위를 획득한 바 있다.
하지만 작년 11월 29일 안동의 한 돼지 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됨으로써 2010년은 우리 역사상 한 해에 3번씩이나 구제역이 발생하는 이변이 생겼다.
이번 구제역은 상상을 초월하는 전파력을 보여 방역 당국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강력한 살처분 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발생 확인 2개월 만에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돼 매몰 처리된 가축의 수가 300만 마리에 육박했다.
방역 당국은 전국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마지막 카드까지 동원해 확산 방지와 근절을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백신을 너무 과신해 방역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백신 항체가 형성되려면 최소한 2주일이 소요되며 바이러스의 잠복 기간을 고려하면 백신 접종 후 한 달간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백신 공급이 원활해 전국적으로 돼지까지 접종하고 나면 확산이 주춤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 한 달간의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시민들 가운데 아직까지 '구제역은 사람에게 옮기는 병이 아닌가'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람에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데 구제역에 걸린 농장의 가축과 주변 농장의 가축을 왜 매몰하느냐' '그 가축의 고기를 이용하도록 하면 좋은 것이 아닌가' 하며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처럼 강력한 살처분 정책과 차단 방역을 실시하는 중에도 타 지역으로 전파되는데 그런 조치가 없으면 순식간에 전국의 모든 소, 돼지 등 우제류 가축이 감염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구제역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을 무서워해서가 아니고 소, 돼지 등 우제류 가축에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펴는 것이다.
발생 농장 주위에 링 백신을 통해 전파를 차단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구제역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단기간에 여러 곳으로 확산돼 전국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게 된 것이다. 소와 돼지에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서 이제 다른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백신을 맞은 가축의 고기는 안전한가라고 말이다. 백신 맞은 가축의 고기는 맛이 이상하다는 루머도 있는 것 같다.
구제역 백신은 구제역 바이러스를 사멸해 만든 백신으로 가축에 접종해도 아무런 이상 반응이 없는 안전한 백신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흡수돼 사라짐으로써 가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접종된 가축의 육류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풍미에 아무런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가축의 질병 예방을 위해 수많은 종류의 백신을 사용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한 가축의 육류에 이상이 생겨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백신 접종한 가축의 육류를 마음 놓고 먹어도 된다고 자신한다.
구제역 백신은 안전하며 효과도 인정된 백신이다. 축산인들이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구제역 백신 접종을 철저히 하면 보강 접종 한 달 후에는 일단 발병이 멈추게 될 것이다. 이 상태를 잘 유지해 발생이 종식되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1년 후에는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도 획득하게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자기 농장은 자기가 지키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구제역 등 가축 질병을 막는 최선의 대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구제역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히 씻고 우리나라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안심하시고 드시기를 바란다.
김봉환(경북대 명예교수)
수암칼럼은 이번 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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