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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고단(孤單)-윤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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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내 손을 잡고 잠든 날이었습니다

고단했던가 봅니다

곧바로 아내의 손에서 힘이 풀렸습니다

훗날에는, 함부로 사는 내가 아내보다 먼저

세상의 만남과 손을 놓겠지만

힘이 풀리는 손을 느끼고 나니

그야말로 별세別世라는 게 이렇구나 싶었습니다

그날이 오면, 아내의 손을 받치고 있던

그날 밤의 나처럼 아내도 잠시 내 손을 받치고 있다가

내 체온體溫이 변하기 전에 놓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는 아내 따라 잠든

내 코고는 소리를 서로 못 듣듯

세상에 남은 식구들이 조금만 고단하면 좋겠습니다

살다가 나 먼저 죽으면 당신 어떠할지, 당신 먼저 죽으면 나 어떠할지 생각해 보다가 그 생각 덮었습니다. 잡고 있던 손을 놓는 것처럼, '별세'라는 건 잡았던 손에서 힘이 풀리는 일인가 봅니다. 그건 또한 인연되었던 식탁과 의자, 마주 보던 상수리나무와 서어나무가 서로를 더 이상 못 알아보는 일인가 봅니다.

시인은 이별이나 사별, 이런 말을 아주 조심스레 하고 있네요. 아무도 아프지 않고 잠들듯 지나가길 바라는 고요한 배려가 사랑의 다른 마음임을 보여주고 있네요. 슬픔의 봇물을 건드리지 않고 그저 고단함의 정도로만 자리매김하는 시의 깊이가 입을 다물게 하는데요. 그날이 오면 우리 서로 아파하지도 말고 서운하지도 말며, 무어 원망스러운 일도 없이 잡은 손에 힘을 풀듯, 그래서 서로의 애달픔까지도 모르게 세상의 잠들이 조금만 고단하면 좋겠다는 것. 그런 '고단'이라면 나도 참 좋겠습니다. "코고는 소리를 서로 못" 들을 만큼만 고단한 그날, 그날이 오면 말입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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