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삶] 발마사지 봉사로 '섬김' 실천 구덕순·정애 씨

"정말, 시원~타"…어르신들께 하늘 나는 기분 선사 '천사 자매'

구덕순(왼쪽)·정애 자매가 지난달 28일 대구시립병원 내 서부노인전문병원에서 어르신들에게 발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다.
구덕순(왼쪽)·정애 자매가 지난달 28일 대구시립병원 내 서부노인전문병원에서 어르신들에게 발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다.

"와따, 시원~하다. 꼭 하늘을 나는 기분이구먼. 발마사지를 해주는 천사 같은 자매 때문에 우린 정말 행복하제."

지난달 28일 대구시립병원 내 서부노인전문병원 3층 병동 휴게실. 70, 80대 어르신 2명이 이동식 병상침대에 누워 발마사지를 받은 뒤 고마움을 표시했다.

대기 중인 휠체어를 탄 10여 명의 어르신들도 발마사지 순서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이날 발마사지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사랑을 전한 주인공은 구덕순(54)·정애(47) 자매. 자매는 매주 월요일이면 서부노인전문병원을 찾아 발마사지 봉사를 한다. 이날도 두 자매는 어르신 두 분을 병상에 모셔놓고 먼저 크림을 바른 뒤 재빠른 손 놀림으로 어르신들의 발을 쓰다듬듯 하더니 주먹으로 발바닥을 밀고, 발가락을 젖히는가 하면 발목을 비트는 동작을 해나갔다. 10분 정도 지나자 종아리를 손바닥으로 문지른 후 마무리를 하고는 어르신을 일으켜 세운 뒤 물 두 잔을 꼭 마시라고 당부했다.

"어르신들은 발마사지를 받는 동안 정말 편안해 보여요. 천상에 누운 듯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어르신들은 발마사지가 끝나면 한결같이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아요."

자매는 2시간에 걸쳐 어르신 20여 명에 대해 마사지 봉사를 마쳤다. 얼굴엔 땀이 맺혔고, 힘들어 보이는 데도 미소가 가득했다.

"착한 동생이 잘 따라줘 고맙기만 해요." "아니에요. 언니가 잘 이끌어줘 더 감사하지요."자매는 발마사지 후 서로 칭찬하면서 위로했다.

평범한 주부인 자매는 교회에 다니면서 함께 마사지를 배웠다. 봉사의 길로 나선 지도 벌써 2년째다. 이들은 가장 낮은 자세로 어르신들의 발을 마사지 해주는 게 '섬김'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두 자매는 봉사를 나갈 땐 언제나'실과 바늘'처럼 함께 움직인다. 서로 말동무도 하면서 의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언니는 밝은 성격을 가졌고 동생은 다소 수줍음을 탄다. 이런 성격이 서로 장단을 맞추는데는 도움이 된다.

"발은 우리 몸의 제2의 장기라고 하지않습니까. 발마사지를 하면 무엇보다 혈액순환을 도와주죠. 손발이 차가운 어르신들에게 효과가 있고 수면에도 좋아요."

자매는 발마사지 봉사에 나서면서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여성으로서 남의 발을 만지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순 씨는 무좀에 걸린 남편에게 발마사지를 해주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몇 차례 발마사지를 하면서 남편 무좀이 거짓말처럼 싹 나았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남편은 발마사지 봉사를 허락했고 이제는 든든한 발마사지 후원자가 되었다. 동생 정애 씨는 초등학생인 외동딸을 둔 전업주부지만 발마사지가 너무 좋아 시간을 쪼개 언니를 따라 봉사를 다닌다고 했다.

자매는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달서구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해 2시간 동안 어르신 발마사지 봉사도 하고 있다.

이들의 발마사지 소문은 전국에 알려져 종교나 봉사 단체에서 발마사지 강의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경기도, 전라도 등 전국을 무대로 바쁠 때는 일주일에 3, 4번 발마사지 출장을 갈 정도다.

"광주에 발마사지 강의를 간 적이 있어요. 고부 갈등이 심했던 며느리가 마사지를 배워 시어머니의 발을 마사지해주면서 사이가 너무 좋아져 고맙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어요."

자매는 출장이 없는 날에는 각자 따로 봉사를 한다. 언니는 당뇨나 혈압으로 고생하는 목사에게, 동생은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 발마사지를 한다고 했다.

언니는 대구시 남구 봉덕동에 발마사지 교육장도 마련했다. 날로 수강생이 늘어 강의와 실습 교육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가족이 함께 발마사지를 배웠으면 해요. 가족 구성원 간에 발마사지를 해주면 가정도 화목해지고 건강도 챙겨질 수 있을 거예요."

자매는 발마사지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5월 초에 '발사랑봉사단'도 창단한다고 했다. 봉사단이 창단되면 종교단체를 비롯해 복지시설 등에 발마사지 봉사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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