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간의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기아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된 데에는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의 공로가 가장 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건설의 최대주주였다. 현대그룹의 반발과 금융당국과의 마찰도 유 사장이 개입하면서 별 탈없이 일단락됐다.
그런 유 사장의 곁에는 이상엽(39) 비서실 차장이 있었다. 유 사장의 까마득한 고향 후배인 이 차장은 법원이 최종적으로 정책금융공사의 손을 들어주자"집사람이 첫 애를 낳던 순간보다 더 기뻤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초대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유 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보좌했다. 유 사장의 최측근에서 묵묵히 보좌한지 벌써 1년6개월이 지났다. 그는 "첫인상은 무섭기만 했다"면서도 가장 닮고 싶은 '롤 모델'로 거침없이 유 사장을 꼽았다.
"처음엔 무뚝뚝한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신규 직원이 들어올 때마다 식사를 같이 하시면서 고민을 듣는 등 최고경영자의 고정관념을 깨시는 분이라는 걸 깨닫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차장은 정책금융공사의 모태인 산업은행 출신이다. 산은 구미지점에서 근무하면서 고향에 대한 애착심을 키웠다. 그는 대구경북에서 그나마 경제활력이 있고 사정이 좋은 곳이 구미였지만 대구와 경북 북부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경제활동이나 금융 환경이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 차장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지역 경제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주변에선 유 차장을 '공명심이 강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첫 직장으로 산업은행을 선택한 이유도 공명심 때문이었다. 그의 공명심은 공적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산업은행에 입사했습니다. 자금을 필요한 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젊은 금융인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제 도움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건전한 기업들이 회생하는 것을 지켜 본 산업은행에서의 10년간이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대구가 고향인 유 차장은 동산초교, 오성중, 경신고,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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