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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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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2월 17일) 전 이틀 동안 임직원 친인척과 VIP 고객에게 예금을 몰래 빼내도록 한 것은 우리 금융계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부산저축은행 임직원 10여 명은 친인척 명의의 예금을 '알아서' 빼냈다. 실명 확인을 거치지 않은 불법이다. 또 지역의 재력가, 의료'법조계 인사들이 포함된 VIP 고객 30명은 따로 불러 예금을 찾도록 도와줬다고 한다.

부산저축은행뿐만 아니다. 대전, 부산2, 중앙부산, 전주 등 4개 계열사와 보해, 도민저축은행에서도 영업정지 전날인 2월 16일 영업 마감 시간 이후 거액의 예금이 인출됐다. 이렇게 빠져나간 예금은 1천85억 원에 달한다. 부산저축은행처럼 임직원들이 영업정지 사실을 친인척이나 지인 등 특수관계인에게 미리 알려준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는 도덕적 타락이자 파렴치한 범죄행위다.

통탄할 일은 또 있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금융감독원의 무능과 안이함이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에는 금감원 직원 2명과 예금보험공사 감독관 2명이 파견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버젓이 예금의 편법 인출이 이뤄졌다. 그것을 몰랐다면 이보다 더한 무능은 없고 알았다면 범죄를 공모한 것이다. 저축은행의 편법 예금 인출의 조사 및 처벌과는 별도로 금감원의 무능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힘있는 자들은 예금을 빼내 간 반면 그렇지 못한 대다수 예금자는 5천만 원 이상의 예금액은 인출이 묶여 있다. 반칙과 불공정이 횡행하는 우리 사회 자화상의 일면이다. 이런 식으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금융은 가장 중요한 인프라의 하나다. 그 요체는 신뢰다. 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저축은행의 예금 편법 인출 사태는 우리 사회가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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