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GS칼텍스 주유소 "기름 없어 못 팝니다"

10일 전부터 공급 끊겨…본사 "물량 부족"

"GS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니…."

직장인 김재성(45) 씨는 3일 오후 집 근처 GS칼텍스 주유소에 들렀다 직원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주말 여행을 위해 기름을 가득 채워 둘 요랑이었지만 주유소 기름이 떨어져 주유를 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건 다음 주유소도, 또 그 다음 주유소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김 씨는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평소 GS칼텍스만 이용했는데 결국 SK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 GS칼텍스 주유소에는 지난달 23일부터 기름 공급이 끊기다시피 했다. 보통 월말에 다음 달 판매할 물량을 주문한 뒤 대금을 지불하면 며칠 안에 기름탱크가 채워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GS칼텍스는 대금만 받고 차일피일 기름 공급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GS주유소 관계자는 "값을 모두 치렀는데 기름을 왜 내려주지 않느냐고 문의를 해봐도 본사에선 '전국적으로 물량이 부족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GS주유소에 기름이 동난 이유를 두고 온갖 추측이 일고 있다.

GS칼텍스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를 이용해 담합 사실을 실토하고 과징금을 면제받는 바람에 다른 정유사들로부터 미움을 샀다는 추측부터 GS의 얄팍한 상술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까지 소문이 무성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기름이 부족하면 다른 정유사에서 임시 물량을 지원하지만 혼자 살겠다고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했다는 의심을 받는 GS칼텍스에게 어느 정유사가 기름을 주겠느냐"며 "GS칼텍스가 이번 담합건으로 정유업계의 왕따가 됐다"고 했다.

GS칼텍스의 상술이 빚은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정유사 공급가 100원 인하 방안 탓에 국내 마진이 줄어 재고량을 수출 물량으로 돌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량을 맞추지 못한 주유소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급기야 다른 정유사들의 기름을 구할 수 있는 현물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기름을 사들이고 있는 고육지책까지 쓰고 있는 실정이다. 한 GS주유소 관계자는 "우선 급한 대로 3일간 쓸 기름 2만2천ℓ를 현물시장에서 구했다"며 "본사에서 받는 것보다 ℓ당 40원이 비싸니 88만원 정도 손해를 봤지만 이렇게라도 장사를 해야지, 주유소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 됐다. 주유소 관계자는 "현물시장에서 기름을 사들여 판매하면 본사 방침상 서비스 혜택을 해주지 않는다"며 "적립 때문에 한 주유소만 이용하던 손님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5일 오전부터 대구지역으로 경유를 공급할 예정이어서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 측은 "5일 오전부터 경유를 본격 공급할 예정"이라며 "주유소들의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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