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엿기름(맥아)"소화·식욕 촉진에 좋아 … 모유 수유땐 복용 삼가야"

지금 들녘에선 보리가 누렇게 익어 수확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정겹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어릴 적 보리밭길을 걸으며 가곡을 흥얼거리고 보리피리를 불던 추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보리에 대한 향수 이면엔 좋지 않은 기억도 많다. 먹을거리가 부족한 시절엔 동해(凍害)를 입을까 힘겹게 보리밟기를 하거나, 쌀이 귀해 도시락을 꽁보리밥으로 채웠던 시절도 있었다. 식량이 귀하던 시절, 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연례행사처럼 '보릿고개'를 겪기도 했다. 지금은 배고픈 춘궁기(春窮期)인 '보릿고개'라는 단어를 기억하는 세대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이처럼 보리는 예로부터 일상적으로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요한 식량이었다. 현재는 보리 생산량이 감소해 쌀보다 귀한 곡식 대접을 받으며 웰빙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보리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보리는 맥주의 원료나 보리차로 이용되고 있다,

선조들은 보리 싹을 틔워 만든 엿기름을 이용, 감주를 만들어 식사 후 더부룩한 속을 달래는 소화제로 이용해 왔고, 고추장의 원료인 조청을 만들 때 주재료로 사용했다.

보리는 볏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두해살이의 재배식물로 서남아시아'이집트가 원산지이며 전 세계 온대지방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으며 7천~1만년의 재배 역사를 자랑한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겉보리에 물을 부어 인위적으로 싹을 틔운 다음, 이를 말린 것을 엿기름이라고 한다.

엿기름은 '기르다'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이 말린 보리 싹은 녹말을 당분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엿을 만들기 위해 기른 보리 싹'이라는 의미에서 '엿기름'이라고 한 것이다. 흔히 지역에 따라 엿길금, 엿지름, 엿질금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엿기름은 보리에 있는 녹말 성분이 당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아밀라아제라는 효소의 작용으로 단맛이 발생한다. 겉보리에서 싹이 나면 보리가 성장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분해하는데, 이때 아밀라아제라는 소화 효소가 다량으로 만들어진다. 이 아밀라아제가 보리의 알맹이에 있는 아밀로스라는 녹말성분을 분해하여 엿당과 포도당을 만들기 때문에 단맛이 난다.

그래서 예로부터 엿기름은 엿을 만들거나 감주를 만들 때 주재료로 사용되었다. 엿기름은 우리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소화제로 사용되었으며, 감주는 물론이고 엿'고추장까지 소화를 돕기 위한 음식으로 많이 활용했다.

한방에서는 이를 맥아(麥芽)라고 부른다. 맥아는 벼과에 속한 1년생 초본인 보리의 익은 열매로, 물에 담근 뒤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하여 어린 싹이 0.5㎝ 정도 되었을 때 햇볕에 말리거나 저온건조한 것이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생산된다.

한의학적으로 맥아의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달다. 맥아는 쌀과 밀, 과실의 소화를 잘 시킨다. 비위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평소 과식하였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식욕이 부진할 때, 가스가 차고 더부룩할 때,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기 장애에 사용한다. 그리고 유즙분비를 억제하고 유선염으로 유방이 붓고 아플 때 가라앉히는 작용이 있어, 산모가 수유를 중단하려고 할 때 예로부터 많이 애용되고 있다. 따라서 수유 기간에 복용하는 것은 유즙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좋지 않다.

맥아의 성분은 전분, 회분, 질소 화합물, 비타민 B'C, 레시틴과 말타아제를 비롯한 녹말'단백질 분해 효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맥아는 약리학적으로 레시틴을 함유하고 있어 간을 보호하고 담즙 생성을 촉진하며, 피부를 구성하는 성분의 하나로, 각질층의 수분을 유지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소화 효소와 비타민 B'C를 함유하고 있어 한방에서는 소화제로 많이 사용하지만 유즙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모유를 수유하는 경우에는 맥아나 감주 등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클릭

◆엿기름(맥아) 만들기

1. 겉보리를 깨끗이 씻어 하룻밤 물에 담가 놓는다. 2. 다음 날 물에 불은 겉보리를 면보자기를 깐 대소쿠리에 건져 실내온도를 25℃ 내외로 하고, 수분이 마르지 않게 면보자기를 덮어두고 하루에 여러 차례 물을 흠뻑 뿌려준다. 3. 3, 4일쯤 지나면 겉보리에 하얀 싹이 0.5㎝ 정도 돋아나면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건져서 물기를 없앤다. 4. 햇볕에 사흘 정도 바짝 말린 후 부스러기를 제거하면 된다.

◆ 맥아차

평소에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입맛이 없어 식사량이 적은 경우에 보리차 대용으로 음용하면 좋다. 물 2ℓ에 프라이팬에 볶은 맥아 10g 정도를 넣어 끓여서 수시로 마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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