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반쪽 빨리 찾아 아이 갖고싶어요"

"이 사람일까". 18일 대구 크리스탈 호텔에서 열린 '내 사랑! 내 반쪽 찾기' 행사에서 한 미혼 여성이 파트너와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8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호텔 연회장. 이준우(가명'32) 씨가 연회장 중앙에 스케치북을 든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 씨는 스케치북 첫 장을 천천히 넘겼지만 사회자의 주문은 아랑곳 않고 아무런 글자도 적지 않았다.

그는 글 대신 목소리로 사랑을 고백했다. 종이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내 여자" "내 사람" "너뿐이다"고 우렁차게 외쳤고 마지막 장을 넘기며 한 여성의 이름을 외쳤다. 그녀에게 장미꽃을 건네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잘 어울린다!" "결혼해라"며 이 씨를 응원했다.

아이낳기 좋은세상 대구운동본부와 대구시가 주최한 '제3회 내 사랑 내 반쪽 찾기' 행사에서 이 씨를 포함한 8쌍이 새 인연을 맺었다. 미혼남녀들의 사랑을 이어주고 출산 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남녀 72명이 참가했다.

짝을 찾지 못했던 직장인들은 이날 큰 기대를 안고 행사장을 찾았다. 직장인 전유동(29'동구 신암동) 씨는 "직장 생활에 매여 있다 보니 해가 갈수록 이성을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다. 여러 여성분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만큼 인연을 찾아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온 소방공무원 심모(32) 씨는 "지난해에도 이 행사에 참여했지만 결혼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올해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대구의 출산율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혼인건수는 1만3천479건으로 2005년(1만3천152건)에 비해 2.4%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1.15명이지만 대구는 이보다 낮은 1.03명을 기록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양육비 부담감이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첫 번째 요인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직장인 이모(33'서구 내당동) 씨는 "요즘에 어린이집에 다니는 6살짜리 하나를 키우는 데 한 달에 70만원이 넘게 든다고 하더라.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되면 행사 사진을 찍어주는 일로 부업을 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여성들은 결혼 뒤 여성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출산을 미루게 된다고 털어놨다. 어린이집 교사 최모(32'여'서구 평리동) 씨는 "여자는 결혼을 하면 직장을 포기하거나 집안일에 얽매여 자기 생활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맘에 드는 사람을 찾더라도 여행과 취미를 즐기면서 천천히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하반기에 한 차례 더 같은 행사를 열 예정이다. 미혼 남녀들은 인구보건복지협회 결혼지원센터 홈페이지(www.match.kr)를 참조하거나 전화(053-712-1312)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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