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영재의 행복칼럼] 웃기는 대통령

나는 지난 번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씨를 찍었다. 당시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하기에 경제인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 살림살이가 좀 풀리려나 하는 기대였다. 그러나 지금 먹고 살기는 전 정권이나 똑 같이 힘들다고 한다. 정부 측에선 경제의 수치가 좋아졌다고 자화자찬하고 있고 서민들은 물가가 턱없이 오른다. 돈벌이가 안 된다며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될지 정신이 없다. 그래서 실실 웃음이 나오고 있다.

선거 때 이 대통령이 약속한 여러 가지 공약들은 대부분 물거품이 되고 말아 나는 그에게 미운 마음과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은 좀 화가 풀린다. 대통령은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못해 배신감을 느끼고 화난 국민들을 웃겨 주려고 무척이나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이것 못하면 저것이라도 잘해 주면 고마운 일이다. 경제를 못 살린 대신에 국민들을 한 번 실컷 웃겨 주고 떠나면 그것 또한 하나의 업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도분산으로 국론이 흩어져 있을 때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에게 판단을 해달라고 했다. 여당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탓에 수도이전 문제는 간단히 대통령 뜻대로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투표 결과는 같은 당의 국회의원들이 반대를 해 대통령 주장은 헛것이 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국민들은 웃기 시작했다. 국토에 운하를 만든다고 강바닥을 열심히 훑어내고 강변도 뒤집고 있다. 야당에서 "운하 만드냐?"고 하니까 "운하는 아냐"라고 한다. 그럼 이 공사는 왜 하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져만 간다. 지금 정부고관대작들은 합심하여 '개그콘서트'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께 언론에 보도된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개그콘서트의 압권을 보는 것 같다. 대통령이 정부 고위층을 모아놓고 검찰과 경찰이 밥그릇 싸움한다고 역정을 내었다고 한다. 그리고 관리들이 부패했다고 짜증도 내었다고 하고, 정말 재미있는 희극의 한 편이다. 이렇게 관리들이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을 하고 한 편으로는 부패하고 있을 때 대통령은 외국에서 살고 있었단 말인가?

만날 같이 살고 있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정색을 하며 부하들을 질책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진지하고 안타까운 모습이었지만 보는 우리는 웃음이 나왔다. 힘들어 헉헉대는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려는 그 모습 정말 고맙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참 대통령 한 번 하기 정말 힘들다"는 누구의 말이 생각난다.

권영재 보람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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