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천재작가 이옥은 '글은 순정해야 한다'는 정조의 미움을 사 비운의 삶을 살았다. 과거 시험에 1등으로 뽑히고도 최종 심사권자인 정조에게 문체가 불량하다는 죄목으로 걸려 향후 과거 응시 자격조차 박탈당했다. 게다가 지방군적에 충군되는 치욕적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선배들이 앞으로는 패관잡기를 쓰지 않겠다는 반성문을 쓰고 용서를 받은 것과 달리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옥이 거미줄을 소재로 쓴 글이 있다. '서늘한 저녁 이 선생이 산책을 나왔다. 그때 거미 한 마리가 줄을 치기 시작했다. 이 선생은 다른 벌레들을 죽이려는 나쁜 마음이 있다고 여기고 거미줄을 없애려 했다. 그러자 거미줄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줄을 짜서 내 배를 채우려는 거다. 당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데 왜 나를 해치려 하는가. 어부가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것이 어부가 잔인해서 하는 일이냐. 악한 사람이 감옥에 갇히게 되는 것이 법관의 잘못이냐. 세상은 주나라처럼 도둑조차 없는 태평 시절이 아니므로 악한 사람들을 막으려면 형벌을 버릴 수가 없고 먹고살기 위해서는 해를 끼치는 일이 생기게 되므로 각자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거미가 다른 벌레들을 해친다고 생각하지만 거미는 제 할 일을 할 뿐이라는 글을 통해 그는 자신을 변호하고 세상을 비판한다. 거미줄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함부로 까불지 말라는 말은 한쪽만 보고 옳다 그르다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공정사회, 공직 기강 확립이 사회 구호로 등장하면서 일부 서민들은 울상이 됐다고 한다. 서울 과천 정부청사 인근의 음식점을 비롯해 전국의 공공기관 주변 음식점들이 파리를 날린다는 것이다. 몸 사리는 공직자들이 구내식당에 몰리면서 주변 음식점들이 난데없는 폭탄을 맞은 셈이다. 맑은 사회를 위해선 불가피한 상황일 수도 있고 일시적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좋은 일에도 부작용의 이면은 어김이 없는 모양이다.
좋은 정책이라고 결과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한때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화두가 되더니 이제는 검찰의 통제를 받지 않는 권력이 화두가 된다. 집값을 잡겠다고 정한 아파트 분양가 상한선 정책이 전국의 미분양 대형 아파트를 속출하게 만들기도 했다. 개혁과 변화에는 함정이 적잖다. 모든 일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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