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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자 읽기]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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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지음/문예중앙 펴냄

이 시대, 악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이 소설은 악의 발흥과 창성과 파멸을 보여주는 우화적 보고서이다. 작가는 '이것은 아마도 기이한 살인에 관한 긴 보고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소설 속에는 정말로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이 살해당한다. 잔인하고도 무참하게 살해된 이 장면은 작가는 우리 사회가 배후에 거느리고 있는 가감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이 소설에서 '나'는 어릴 적부터 제 집을 가져본 적이 없고 이유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보며 저도 모르게 폭력에 중독된다. '개백정의 아들'이라는 주인공의 위치는 폭력을 일상적으로 겪는 위치임과 동시에 사회로부터 멸시당하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사랑하는 여인인 여린을 만나지 못하고, 집은 불탔으며 방화범으로 몰리게 된다. 주인공은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노숙자 생활을 하지만, 이 때도 일상적으로 이유없는 폭력에 시달린다. 결국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말굽으로 변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면서,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뀐다. 여기서 '말굽'은 폭력을 상징하며, 말굽을 가장한 사이코패스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자폭을 선택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죽어도 말굽만은 남아, 또 다른 사람의 손에서 폭력으로 부활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사회에, 또는 내 안에 있는 은밀한, 또는 공공연한 폭력성을 소설 곳곳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487쪽, 1만3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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