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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통] 늙지 못하는 고통 '맨 프럼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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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임머신'(2002년)에서 주인공이 시간여행 기계를 만든 계기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때문이다.

반지를 끼워주며 결혼을 약속하는 순간, 강도의 총에 약혼녀가 세상을 떠난다. 낙심한 이 발명가는 4년여 연구 끝에 드디어 타임머신을 발명한다. 그리고 그때로 되돌아간다. 약혼녀가 살해된 공원을 피해 다른 길을 걷지만, 약혼녀는 마차에 치여 또 사망한다.

"왜 바꿀 수 없을까? 수천 번이라도 돌아올 수 있지만 계속 죽는 모습만 봐야 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계속 봐야 한다는 것은 참혹한 일이다.

'맨 프럼 어스'(2007년)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1만4천 년 동안 죽지 않고 살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10년간 지방의 한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던 존 올드맨(데이빗 리 스미스)은 종신교수직도 거절하고 돌연 이사를 가려 한다. 동료교수들이 마련한 조촐한 환송회에서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폭탄선언을 한다.

자신은 불멸의 사나이로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매번 10년마다 옮겨 다닌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농담으로 여겨 지인들이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그는 논리정연하게 답하고, 마치 겪은 듯이 역사의 이면까지 전해준다.

크로마뇽인으로 시작해 부처의 제자였으며, 부처의 가르침을 중동에 전하려다 본의 아니게 예수가 되어버렸다는 말을 하자 '농담이 지나치다'며 사람들은 분노한다. 그는 동료 교수들이 괴로워하자 자신의 모든 말이 거짓말이라고 한다. 과연 거짓이었을까.

'맨 프럼 어스'는 마치 연극무대처럼 방 한 칸 안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다. 어떤 회상장면도 없이 주인공의 말로 진행되는 영화다. 단조롭기 짝이 없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부터 주인공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환상특급'(1983년)의 각본을 쓴 제롬 빅스키(1923~1998)는 정사와 야사, 정설과 이설 등 인류 역사의 해박한 지식을 풀어 극을 끌어간다.

영화 속 주인공이 특히 괴로운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었다. 자신은 늙지 않으면서, 서서히 늙어 결국 죽음까지 목격해야 하는,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어야 하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년)에서 80세의 모습으로 태어나 시간을 거슬러 살아가는 벤자민(브래드 피트)이 아이가 되어가는 자신과 달리 점점 늙어가는 데이지(케이트 블란쳇)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것은 축복이다.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가 쓴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의 요체이기도 하고.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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