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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父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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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는 암컷이 알을 낳기만 하면 나머지 일들은 오롯이 수컷의 몫이다. 알이 든 둥지 속에 신선한 물과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앞지느러미로 끊임없이 부채질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밤낮으로 알을 보호하느라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만약 침입자가 나타나면 등에 가시를 곤두세운 채 목숨 걸고 싸운다.

이렇게 보름 동안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못한 채 새끼들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다. 그리고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에게 기어이 자신의 살(몸)까지 내어주고는 죽어간다. TV 다큐멘터리로도 방영된 적이 있는 가시고기 수컷의 삶이다. 비록 보잘것없는 물고기에 불과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생물과도 견줄 수 없을 숭고한 부성애(父性愛)가 가슴 먹먹한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작가 조창인이 쓴 화제의 소설 '가시고기'도 바로 이 같은 아버지의 가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백혈병에 걸린 하나뿐인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급기야 자신의 눈(각막)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중국 수필가인 주즈칭(朱自淸)의 '베이잉'(背影)도 아버지의 정을 그린 산문이다. 대처로 유학 가는 아들을 마중 나온 아버지의 애잔한 뒷모습을 보고 눈물짓는 필자의 고백이다.

러시아 음악가 다비트 오이스트라흐 부자의 이야기도 그렇다. 1963년에 녹음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와 그의 아들 이고리 오이스트라흐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연주는 음악 이상의 감동을 담고 있다. 옛 소련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다비트 오이스트라흐는 월등한 연주 실력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할 때면 늘 아들에게 바이올린을 맡기고 자신은 비올라를 택했다고 한다. 아들을 위해 자신은 기꺼이 조연(助演)을 택한 것이다.

'가시고기의 부정(父情)'은 이렇게 국적도 시대도 초월하는가 보다. 야구장에 처음 가본 여섯 살 난 외아들에게 행운의 볼을 잡아주려다 추락사한 젊은 아빠의 이야기가 최근 미국을 울렸다.

텍사스주의 한 30대 소방관은 외야수가 던진 파울 볼을 잡으려다 난간 너머로 떨어져 숨졌다. 600리나 떨어진 야구장에 가서 아들에게 추억의 선물을 안겨주려다 일어난 비극이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마따나 '우리 삶이 얼마나 덧없고 연약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안타까운 사건'이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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