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장마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권 수석의 법무장관 지명을 강행함에 따라 당분간 정국은 권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둘러싸고 대치 전선을 형성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권 후보자는 두 차례나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후보에 올랐지만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53회)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TK(대구경북) 인사라는 점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2009년 6월 그는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 후임으로 유력했지만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자 이 대통령은 한 발 물러났다. 이 대통령은 검찰총장 대신 민정수석으로 그를 기용했다.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 조직을 떠나게 된 그는 "자리라는 게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검찰수장직에 오르지 못한 심경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개각 때 법무장관에 그를 기용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신임장관 중에 TK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법무장관 교체를 유보시켰다.
19개월의 임기가 남아있는 시점인 지금, 이 대통령은 야당과 여당 내 일부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권재진 카드를 내놓고 정면돌파하기로 결심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임기 말까지 선거정국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적임자로 권 후보자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인 모양이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청와대 수석 임명 때와는 달리 법무부 장관은 반드시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야당은 권 후보자가 경북고 출신의 핵심 TK라는 점과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의 밀접한 관계 등을 빌미로 측근'코드 인사라는 정치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권 후보자가 김 여사의 대구 수창초교 7년 후배로서 어릴 때부터 잘 아는 친한 사이였다는 점을 집중 공격하면서 '영부인 인사'라는 용어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권 후보자는 15일 전화통화를 통해 '이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것 같다'고 하자 "송구스럽다"며 "최선을 다해 주어진 역할 이상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야당 측이 청문회를 통해 낙마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고 지적하자 "정치권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그러나 나름대로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충분한 논리가 되어 있고 겸손한 자세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문회가 열리는 국회 법사위의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주성영 의원이 "야당이 호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결국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며 측면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은 권 후보자에게 적잖은 힘이 될 것 같다.
그는 자신이 TK출신이라는 점이 이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지역에서 오해하지 않고 성원을 보내주고 있어서 마음 속으로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정부 내에서 대구경북을 위한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자는 지난 3월 말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지역 여론이 격앙되자 김두우 홍보수석과 더불어 직접 대구를 찾아 여론을 청취,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권 후보자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그가 지근거리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보여온 우직한 업무스타일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각별한 신뢰와 더불어 검찰 등 법조계의 두터운 신망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물론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정수석을 곧바로 총선과 대선을 관리할 법무장관에 기용할 경우, 선거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야당 측의 반대 논리와 부정적인 여론을 무마하는 것이 권 후보자의 과제다.
그는 1978년 사법시험 20회에 합격, 부산지검 공안부장과 서울 북부지검장, 울산지검장, 대검 공안부장, 대구지검장과 대구고검장, 대검 차장, 서울고검장을 거쳤다. 2006년 대구지검장으로 고향에 돌아와 대구고검장으로 승진, 고향을 떠날 때까지 일한 2년여 간이 가장 보람있었던 검사 시절로 기억된다고 밝히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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