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알려준 기부 천사

중국집 배달원 김우수 씨의 영결식이 9월 29일 치러졌다. 어린이 재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탤런트 최불암 씨가 상주 역할을 했고 서로 이름도 모르는 많은 이들이 영결식을 찾았다. 영결식에서 사진 속의 김 씨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가족도 없이 외롭게 살았지만 빈소는 대통령 부인에서부터 노숙인까지 모이는 자리가 됐다. 김 씨의 몸은 갔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남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을 실천한 김 씨의 정신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았다.

월 70만 원의 월급으로 매달 5만~10만 원을 어린이재단에 기부, 5명의 아이를 도와 온 김 씨의 사연을 알게 된 많은 국민들은 부끄럽다는 글을 많이 남겼다. 마음은 하고 싶은데 가진 게 없어서 남을 돕지 못한다며 기부와 자선을 남의 일로 여겨 온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돈이 없는 이는 봉사활동을 대신 하겠다고도 했고 그동안 주저하며 미뤄왔던 기부 활동을 당장 시작하겠다는 이도 나왔다. 사람이 사는 방법과 이유를 가르쳐 준 분이라는 글도 있다.

대통령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그것이 더욱 커지고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진정한 나눔의 삶을 보여주었다"고 애도의 글을 남겼다. 빈소를 찾은 정치인 연예인 기업가 등은 물론 노숙인까지 철가방 기부 천사 앞에 왜소해진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도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는 이도 적잖고 동전 저금통을 내놓은 어린이들도 많다. 며칠 전에는 평생 박스와 폐지를 주워 모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1억 원을 기부한 손자의 사연도 소개됐다. 돈 대신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소액 기부가 전체의 80%에 육박하는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우리 사회의 기부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 국민 1인당 기부 액수도 미국 등에 비하면 턱없이 적고 일반인의 기부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기부는 남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는 것이다. 당연히 남을 위한 일이다. 사회는 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남과 협동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부는 결국 자기 스스로를 돕는 일이기도 하다. 배달원으로 번 박봉을 쪼갠 김 씨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을 먼저 걱정했다. 불평과 불만 대신 사랑을 먼저 실천했다. 우리에게 부끄러움과 사랑을 일러주고 떠난 기부 천사 김 씨의 명복을 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