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상의 악이 옛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실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범람하고 있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물, 편리성과 능률 지상주의, 쾌락을 숭배하도록 이끄는 문화 등 그 자체가 너무나 교묘해서 선인지 악인지 분별할 수조차 없는 환경 속으로 사람들을 몰아넣고 있다. 우리는 갑작스런 충격에는 즉각 자신을 방어하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못하다 차츰 물들어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 파국을 맞게 된다.
"터져 나오는 탄성과 잦아드는 탄식 사이에서 꽁지 빠진 수탉처럼 눈만 껌뻑거리고 있을 수밖에." "보름째의 한발로 물이 잦아진 계곡은 대장간의 불가마처럼 후끈한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앞서의 문장에서 '잦아드는 탄식' '잦아진 계곡'에 나오는 '잦아들다'와 '잦아지다'에 대해 알아보자. '잦아들다'는 고여 있던 액체가 점점 말라 없어져 가다, 거칠거나 들뜬 기운이 가라앉아 잠잠해져 가다, 느낌이나 기운 따위가 속으로 깊이 스며들거나 배어들다라는 뜻이다. "물이 잦아드는 논은 손 휘둘기는 좋지만 또 가물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줄이고, 국물이 잦아들 때까지 뚜껑을 덮고 익힌다."로 쓰인다. '잦아지다'는 '잦아들다'와 같은 뜻 외에 어떤 일이나 행위 따위가 자주 있게 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는 요즘 회사에서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다." "밤이 되자 눈을 끔벅이는 도수가 잦아졌다."로 활용한다. 앞서 예시한 문장에 나오는 '잦아드는 탄식'은 '잦아지는 탄식'으로 표기해야 한다.
가을이 무르익어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 돌아왔다. 등산을 해 본 사람들은 산행이 계속될수록 힘이 들어 숨소리가 가빠져 포기하고픈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아직도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하는데도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야."라며 스스로 용기를 불어넣는다. 힘이 든다고 중도에 포기해 버리면 정상 정복의 기쁨을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힘이 들 때나 난관에 봉착할 때 우리는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때려치우다'는 하던 일을 아주 그만두다라는 뜻으로 "그는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해 오던 공부를 때려치웠다."로 활용하며 '때리치우다'로 표기하면 안 된다.
힘든 산행일수록 목적하는 산에 잘 오르려면 무엇보다 등짐 무게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가진 것이 많고 얽힌 것이 복잡할수록 힘이 들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때려치울 수야 없지 않은가. 복잡다단한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더 많이 버리고 삶을 단순화시켜야 중심이 잡히고 평화로워진다는 진리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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