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어느 한갓진 데 국수틀을 걸어 놓고 봄비는 가지런히 면발들을 뽑고 있다
산동네 늦잔칫집에 安南* 색시 오던 날
박기섭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라는 김수영의 강렬한 시를 보았을 때 나는 마그리트의 그림을 생각하고 있었네. 모자를 쓴 가느다란 신사들이 한없이 내리는 모습을. 오늘은 그 신사들 대신 안남 색시 내려오네. 이 시는 한 편의 움직이는 수채화,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워 나 각북까지 따라 들어가겠네.
춥고 그립고 아득한 저 너머의 이야기를 데려오는 빗줄기. 당신도 움직이는 비애를 보고 있는지. 청도 각북의 봄은 비가 열겠다. 한갓진 동네에 걸린 국수틀에서 한없이 길게 내려오는 봄비. 비와 국수의 유사한 이미지는 시각으로 열리어 청각으로 확대된다.
청도 유천강가 버드나무에서 길게 연둣빛 국수 가락 뽑혀 나오던 날, 아랫동네 늦게 장가든 잔칫집에 베트남 색시 오던 날. 서먹서먹한, 또는 조마조마한 발걸음처럼 천천히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 한밤중 처마 아래를 고요히 지키고 있는 전등불이 그걸 다 보고 있는데. 비가 오네 하염없이 오네. 여보, 어디서 이 움직이는 비애를 듣고 있느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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