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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성범죄, 살인보다 더 삶을 짓밟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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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성범죄, 살인보다 더 삶을 짓밟는 것"

"성범죄가 어린 아이들에게 주는 악영향이 과연 살인보다 덜한 것일까요?"(작가 공지영)

"현실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보다 훨씬 더 지독합니다."(박영식 변호사)

29일 오후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대강당.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아동·장애인 성범죄 양형 개선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공개토론회는 열띤 분위기로 전개됐다.

그러나 영화로 제작된 소설 '도가니'처럼 장애 아동이 겪었을 끔찍한 고통을 떠올릴 때면 토론회 패널들도 무거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토론회에는 소설 '도가니'의 저자인 작가 공지영씨를 비롯해 박영식 변호사,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이주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가했다.

공지영 작가는 "만 스무 살이 되던 해 성범죄 피해를 입을 뻔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당시 경험이 지금까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경우에는 성범죄가 살인보다 더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도가니를 집필했다"며 "성폭력은 여성의 입장에서는 살인보다 더 삶을 짓밟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20년 동안 재판업무를 하면서 경험으로 느낀 사실은 현실이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보다 훨씬 더 지독하다는 점이었다"고 공감을 표하면서도 "최근 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보완하면서 기준 자체는 많이 강화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양형의 주요 요소로 다뤄지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 합의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공 작가는 "도가니를 집필하던 중 사회가 잔인하다고 느낀 것이 합의와 관련된 부분이었다"며 "선생이 장애아를 성폭행했는데 어떤 합의가 있을 수 있나. 합의가 처벌의 완화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분개했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가 고려되지 않고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판결을 하게 되면 피해자에게는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합의 과정에서 대리인이 제대로 피해자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합의 가능성을 열어놓되 재판부가 제한적으로 깊이 있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등법원 최유정 판사(여.사법연수원 27기)는 "피해자로서 당당히 합의를 요구할 권리가 강조돼야 할 것 같다"며 "다만 (판결에 합의 여부를 반영하는 과정에) 절차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후 재판에서 그런 점을 고려해서 재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중앙지법·고법 등에서 실제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도 상당수 참석해 패널들의 진지한 토론을 경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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