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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더 오를 곳이 없다" 산악인 고상돈

산악인들에게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유전자라도 있는 걸까. 1924년 영국의 산악인 조지 레이 말로리는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려고 하냐?"는 질문에 전대미문의 명언을 남겼다.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Because it is there.)

에베레스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산악인들에게 넘보기 힘든 경외의 대상이었다. 드디어 1977년 9월 17일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에베레스트 원정대원 고상돈(1948~1979)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것. 국가별로는 세계 8번째로 이뤄낸 쾌거였다. 정상에 선 고상돈은 쉽사리 하산하지 않고 1시간을 머물렀다. 에베레스트 등반에 청춘을 바쳤지만 조난사고로 안타깝게 산화한 동료들의 사진을 정상에 묻으며 애도하기 위해서였다.

고상돈은 1979년 5월 29일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를 정복하고 하산하다가 자일 사고로 산에서 스러졌다. 매킨리로 떠나기 전 그는 이같이 말했다. "나는 가야 하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몸을 전율시켰다. 정상이 바로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산사나이였고 한국 산악계의 전설로 남은 그는 1948년 오늘 태어났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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