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7대 총선 불출마 및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윤영탁 전 의원은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불출마에 대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전 의장은 12일 매일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 여당이 국민의 믿음을 상실한 상황에서 데리고 있던 보좌관이 어머어마한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이상 불출마는 당연한 일"이라며 "이 전 부의장의 불출마가 한나라당 쇄신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의원도 이날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진작 했더라면 정말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라며 "그래도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63년 제 6대 국회에 공화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8선 의원을 지낸 이 전 의장은 당시 은퇴 선언에서 "정치인은 모름지기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국회를 떠난 후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일해 왔다고 자부하며 이를 위해 남은 여생을 다 바칠 생각"이라고 밝혔다.
3선 의원을 지낸 윤 전 의원은 좀 더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윤 전 의원은 "너무 오래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주목을 받았던 터라 포항 지역을 제외하면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는 엄청난 바람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동안 이상득 의원을 바람막이 삼아 버텨온 많은 의원들이 압박을 받을 것이다. 지금의 정치상황이나 국민의식을 생각할 때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전 의원은 2004년 불출마 선언을 할 당시 상황에 대해 "나이 많은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던 한나라당에서는 고령자들에 대한 푸대접이 심했다. 그래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당시 윤 전 의원 지역구(대구 수성을)에는 젊은 도전자들이 많이 도전장을 내고 있었다. 윤 전 의원은 "16대 국회의원을 하면서 17대 때는 무리라는 생각을 혼자서 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정리를 하자고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윤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나오자 지역에서 영천의 박헌기 의원과 의성의 정창화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부산의 김종호, 유흥수 의원도 불출마 대열에 동참했다. 윤 전 의원은 "당시에도 1933년생인 나를 바람막이로 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내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불출마 선언이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윤 전 의원은 "나이 든 사람들의 불출마 선언이 능사가 아니다"는 말도 했다. 그는 또 "중진과 원로들이 중심을 잡고 젊은이들을 인도해야 하는데 지금 한나라당에서는 나이 든 다선 의원들이 전부 배지 한 번 더 달려는 생각만 하고 젊은 사람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중진과 다선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까 한나라당이 지금 같은 혼란에 빠져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게 많은 국회의원들이 있으면서도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것은 다선 의원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의원은 이어 "젊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며 위기일수록 나이 든 사람이 필요한 법이다. 나이 든 말이 길을 찾는다는 말도 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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