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침묵의 나선'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

"인간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지배적인 여론과 일치되면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킨다." 독일의 여성 커뮤니케이션 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1916~2010)의 '침묵의 나선' 이론이다. 다수의 의견은 나선의 바깥쪽으로 돌면서 세가 커지는 반면 다수에 반하는 의견은 나선 안쪽의 작은 나선으로 돌면서 쪼그라든다는 것이다. 반론도 없지 않지만 현대 여론 형성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유용한 설명이란 평가를 받는다.

노이만은 1916년 오늘 태어났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여론조사기관인 알렌스바흐를 설립했고 세계여론조사협회 회장을 지낸 명망가이지만 나치에 협조한 어두운 과거가 있다. 나치 선전상 괴벨스가 만든 신문 '제국'에서 일하면서 1941년 '유태인이 미국의 여론을 주무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들어 1991년 레오 보거트라는 미국 학자는 '침묵의 나선'은 괴벨스의 선전 이론의 직계(直系)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적에 대해 그녀는 나치 독재 하에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 것이며 악의적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다. 종군 위안부는 없었다며 오리발로 일관하는 일본의 타락한 영혼들과는 얼마나 다른 용기와 양심인가.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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