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250여명에 이르는 직원이 종사하는 중견 기업 규모를 가진 대조직이 됐지만, '권한'만 가졌을 뿐 '책임'은 없고, 감시·감독을 하는 대구시마저 손을 놓은 채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일부 간부를 중심으로 각종 위원회가 꾸려지고 내부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각계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자체 심의 과정을 거쳤다"며 "알지 못한다"고 책임을 회피하고만 있기 때문이다.
문예진흥원은 지난 2월부터 시스템 교체로 인한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 사용하던 통합 경영·결제 관리 공공기관용 A프로그램을 경영관리 소프트웨어인 B프로그램과 전자결제시스템 C프로그램으로 쪼개서 전격 교체한데 따른 것이다.
당초 문예진흥원은 2월부터 신규 프로그램 전면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가 시스템 불안정이 잇따르자 A, B, C프로그램을 5개월 간 병행해 쓰다 7월 들어서야 간신히 B, C프로그램으로 두 개만 사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작은 구립 재단들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수많은 공공기관들이 사용하고 있는 통합 시스템을 두고, 왜 사용이 심각하게 불편한 B, C 프로그램으로 쪼갰는지 그 이유와 과정을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이는 없이 직원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라고만 닦달하고 있다"고 했다. 새로 도입된 프로그램은 기안과 결제 서류가 연동되지 않아 직원들이 같은 작업을 2번 되풀이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해소되기 힘든 구조다.
이에 대해 김진상 문예진흥원 기획경영본부장은 "실제로 나조차도 불편이 상당하지만, 신규 프로그램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할 진통"이라면서 "A프로그램이 업데이트 비용이 비싸 B, C로 교체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기준 올 연말까지 기존 A프로그램 업데이트 비용은 4천200여만원인데 비해 B, C프로그램을 신규 도입하는데에는 각각 1억8천만원과 3억원 등 총 4억8천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은 "업데이트 비용이 과하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시스템 교체로 인한 직원들의 혼란과 불편을 빚은 사태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본부장의 직무 외 해외 출장에 대해서도 문화계에서 구설이 불거지고 있지만 역시 책임지는 이는 없고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규 취임한 D본부장은 직전 대구음악협회장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직책인 '대구국제성악콩쿠르 조직위원장'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올 들어서만 콩쿠르 관련 3차례 해외 출장을 올해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D본부장은 중국 하얼빈 출장에 항공료 98만원을 포함 총 216만원을 사용했으며,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에 항공료 534만원 및 체제비 총 781만원 등 약 1천만원의 진흥원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은 서울-밀라노를 제외한 나머지 3차례는 비지니스석을 사용했다. 미국 출장 비용 553만원은 대구시가 확보한 국비에서 지출됐다.
이에 대해 문화계에서는 "아무리 콩쿠르 발전을 위해 힘쓴 D씨의 공이 크다고는 하나 공직에 취임하고도 조직위원장을 병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진흥원 업무가 아닌 일에 버젓이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불거진다. 아무리 진흥원장의 겸직 허가가 있었다 하더라도, 관련 법상 콩쿠르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음악협회와는 '사적이해관계자'로 해당 공직자로 채용·임용되기 전 2년 이내에 재직했던 법인 또는 단체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D씨가 이처럼 진흥원 예산을 함부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느슨한 조직 내부 관리 탓이다. 내부 국외출장심의위원회에서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간부 2명의 찬성을 통해 예산 사용이 승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미경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은 "자체 심의를 거쳤기 때문에 시에서도 그러려니 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문화계의 지적을 받아들여 겸직 및 예산사용 문제는 시정조치토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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