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정일 후계 구도를 둘러싼 북한 정세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외국인의 증시 대탈출 사태와 함께 국내 투자'소비 위축 사태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남북관계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대한 사태로 이어져 한국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김 위원장의 사망은 당분간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등 불안한 국내외 시장 여건 속에 북한 리스크(위험)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강경 노선을 계속 고수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후계 구도가 흔들리면 심각한 급변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럴 경우 우리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계 금융기관들 역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향후 1, 2주간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고, 크레디트스위스도 "김 위원장 사망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가 위험 회피 성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국내 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대이탈이다. 우리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9일 기준 34%나 되기 때문에 이들이 급격히 증시를 이탈하면 금융시장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외국인이 대거 증시를 빠져나가면 환율이 급등하고, 내수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사태가 발생할 경우 환율이 1천200원 위로 상승할 수도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김일성 사망 때보다 불확실성 높아
김정일 사망에 따른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의 증폭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포스트 김정일' 시대 북한 정권의 향배에 따라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성을 마주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장에 단기 충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리스크는 사태의 추이에 따라 종전의 북한발 악재와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구도를 확고히 다진 상태였지만 이번에는 '김정은 체제'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해 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다.
불확실성의 증가는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
우선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당분간 강경노선을 고수할 개연성이 크고 자칫 국지적 도발이나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줄어든 서민들의 소비도 불안 심리로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제한적 단기 충격에 그칠 것.
유럽 재정위기가 구조적인 문제인 데 반해 이번 북한 리스크는 일시적인 사건으로 끝날 개연성이 커 국내 소비'투자 심리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는 2천409억원에 그쳤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움직임은 아니다.
이번 사태에 따른 한국 국가 신용등급 영향도 일단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김 위원장 사망이 정권 붕괴나 남북 무력 충돌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은 "북한 정권의 붕괴나 전쟁 발발이 중대한 리스크 요소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산업계 역시 김 위원장의 사망이 또 다른 경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성명을 내고 "한반도 정세 불안이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코리아 디스카운트=남북관계, 기업 지배구조 등의 불확실성, 불투명성 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의 가치가 다른 나라의 비슷한 기업과 견줘 낮게 평가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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