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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통]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사랑이 시작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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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의 문을 닫아야 할 때가 왔다.

12월 31일 자정은 보내는 해와 새로 맞는 해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새해를 맞는 '뉴 이어 파티'의 하이라이트도 바로 이 순간이다.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10부터 1까지 세고 환호하면서 새해를 맞는다.

이 순간에 사랑이 시작되면 얼마나 좋을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년)는 10년 동안 헤어졌다가 만나기를 반복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남녀 간에도 우정이 가능한가라는 둘의 설전. 역시 끝은 사랑으로 맺는다.

오랜 숙고 끝에 진정한 사랑임이 확인되자 그해 제야에 해리(빌리 크리스탈)가 샐리(멕 라이언)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며 구혼한다.

'더운 날씨에도 감기 걸리고, 샌드위치 주문에만 한 시간이 걸리는 널 사랑해. 날 바보 취급할 때 이마에 생기는 작은 주름도 너와 헤어지고 왔을 때 내 옷에 묻은 너의 향수 냄새도 사랑해. 자기 전에 꼭 전화하고 싶은 사람이 너니까. 너를 사랑해.'

거절 못 하게끔 마음에 쏙 들게 구혼하는 해리에게 밉다고 소리치면서도 샐리는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해리와 포옹한다.

이 순간 흐르는 곡이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다. 이맘때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기도 하다.

'포세이돈'에서 유람선이 최후를 맞기 전 승객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웨인 왕 감독의 '차이니즈 박스'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새해를 이 노래로 맞이한다. 비비안 리의 '애수'(1940년)에서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 명씩 작은 등불을 끄면서 퇴장하고, 결국 어둠만 남게 되는 순간 흐르는 곡이 '올드 랭 사인'이다.

'올드 랭 사인'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스가 1788년에 쓴 시가 바탕이 된 민요다. 스코틀랜드식 영어로 현대 영어로 직역하자면 '아주 오래전부터'(old long since)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1900년 전후 애국가를 이 곡조를 따서 부르기도 했다.

'올드 랭 사인'은 석별의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재회의 기쁨을 노래하는 가사로 이뤄져 있다.

"어릴 때 함께 자란 친구를 잊어서는 안 돼. 어린 시절에는 함께 데이지를 꺾고 시냇물에서 놀았지. 그 후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 다시 만났네. 자아, 한잔 하세."

헤어짐은 만남을 위한 것이다. 이별의 아픔보다 새해 더욱 큰 만남을 기대하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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