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0주년에 뭐하는 거냐. 정부는 어떻게든 코스닥 부양해보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하루 전에 유증을 발표하다니 분통이 터진다."
"상한가 다음날 정규장 끝나자마자 조 단위 유상증자 발표가 말이 되는 건가. 주주를 너무나 무시하는 처사라고 느껴져서 오늘 전량 매도했다."
지난 30일 장 마감 직후 에코프로비엠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종목토론방이 들끓었습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에코프로가 바로 전날 넥스트장에서 상한가까지 치솟고 코스닥이 8% 급등하며 모처럼 반등에 성공한 직후라 배신감이 더 크다는 반응입니다.
공교롭게도 공시 다음날인 7월 1일은 코스닥 출범 30주년 기념일입니다.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승강제 도입 등 시장 활성화 정책을 예고한 상황에서 코스닥 시가총액 2~3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코프로그룹이 그 하루 전에 대규모 유증 폭탄을 던진 셈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 부양에 재를 뿌렸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990만99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조달 예정 금액은 1조200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증자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입니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12만1200원으로 기준 주가 대비 20% 할인율이 적용됐고, 확정 발행가는 10월 12일 결정됩니다.
자본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주주 배정 유상증자=주가 하락' 공식이 통용돼온 만큼 에코프로비엠의 공시 직후 에코프로 그룹주의 주가는 곧바로 무너졌습니다. 정규장에서 7.77% 급락했던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19.68%까지 급락했고, 모회사 에코프로 역시 넥스트장에서 19.58% 급락 마감했습니다. 이날 오전 9시53분 현재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7.13%, 4.56% 하락 중입니다.
신주가 전체 주식의 10% 가까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타이밍입니다. 전날 상한가에 가까운 급등이 나온 직후, 그것도 정규장이 끝나자마자 유증을 공시한 점을 두고 석연치 않은 의혹이 제기됩니다. 일부 투자자는 금융감독원 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정 상법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법적 대응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에코프로 한 투자자는 "이번 유증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소송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회사 존속이 위급한 상황에서의 유증이 아니라 투자 목적의 유증인 만큼 주주 이익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반발은 최근 '기습 유증'에 대한 학습효과와 무관치 않습니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직후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습니다. 발행가능 주식수를 늘리는 정관 변경을 주총에서 통과시킨 지 이틀 만에 기존 발행주식의 42%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를 단행한 것입니다. 발표 당일 주가는 하루 만에 18% 넘게 빠졌고, 금융감독원은 두 차례 정정신고서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증자 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축소됐습니다. 기존 발행주식의 상당 비중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에 주가가 급락하며 주주들이 손실을 떠안았다는 점에서 이번 에코프로비엠 사례와 겹쳐 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자금의 사용처를 보면 유증의 전략적 명분은 뚜렷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조달 자금 1조2000억원 가운데 9150억원은 인도네시아 BNSI 제련소 지분 확보와 헝가리 법인 잔여 투자에, 1500억원은 시설자금, 1350억원은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에 배정됐습니다. 76%가량이 타법인 증권 취득, 즉 니켈 제련소와 해외 공장 투자에 쓰이는 구조입니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이번 투자를 니켈, 전구체, 양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미국 시장에서 요구하는 우려외국기관(Non-FEOC) 요건을 충족하는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니켈 광산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생산국으로, 채굴 허가 물량이 줄어드는 시점에 제련소 지분과 장기 구매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입니다. 이번 BNSI 제련소가 더해지면 에코프로 그룹의 니켈 수급권은 약 6만5000톤으로 늘어납니다.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투자가 케즘(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에서도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를 이끈 핵심 동력이었던 만큼 확인된 성과를 바탕으로 한 추가 투자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주사인 에코프로가 구주주 청약에 100% 참여하기로 한 점은 투자 의지와 책임 경영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로 읽힙니다.
증권가에서도 단기 악재와 장기 성장 가능성을 분리해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정하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의 배경은 헝가리 공장 추가 투자와 인도네시아 BNSI 니켈 제련소 지분 투자"라며 "유럽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원재료를 내재화해 밸류체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유증이 코스닥 전반에 미칠 파장입니다. 지난 29일 코스닥은 8% 급등했지만 개인은 오히려 5272억원을 순매도하며 반등의 온기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지수는 올랐어도 개인 자금은 여전히 반도체 대형주로 향하던 상황에서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의 기습 유증은 가뜩이나 취약한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30주년을 맞아 모처럼 돌기 시작한 온기가 다시 식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옵니다.
대형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겨우 살아나려던 2차전지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발표 시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당분간은 실망 매물이 출회되면서 코스닥 전반의 투자심리까지 짓누를 수 있다. 향후 실적 전망치가 어떻게 잡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정하 연구원은 "시장 우려의 핵심은 유상증자 성공 여부가 아니라 업황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라면서 "업황 회복이 실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주주 희석을 수반하는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해석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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