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애 깊은 3형제의 자양분은…어머니의 한마디 "내사 괜찮다"

대구문인협회장 공영구 시인 3형제, 공동 문집 '방앗간집 아이들' 출간

제11대 대구문인협회 회장에 당선된 공영구 시인 3형제의 문집 '방앗간집 아이들'이 출간됐다.

3형제는 모두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국어교사로 재직했으며, 문인의 길을 걷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동 문집 '방앗간집 아이들'은 이들 3형제가 비록 장르는 다르지만 토속적인 인간애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존재의 근원을 궁구(窮究)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남인 공진영 씨는 수필가로 안동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그의 수필작품은 일상에서 가족이 맞닥뜨리는 삶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의 수필 '내사 괜찮다'는 '결코 괜찮지 않은 사람살이의 신산'을 '내사 괜찮다'는 말 한마디로 버텨온 어머니의 마음을 담고 있으며, 다른 작품들 역시 제목이야 제각각이지만 '나는 괜찮다'는 의연한 말로 가족을 위로하고 사랑하고, 삶을 긍정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차남인 영해 씨는 시조시인으로 경남지역에서 문학의 꽃을 피워낸 사람이다. 그의 작품 역시 '우여곡절 많은 사람살이를 긍정'한다. 그는 짧은 언어로, 지극한 절제의 시선으로 삶의 곡절을 따뜻하게 굴절시킨다. 한마디로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프지만 울지 않겠다'는 태도가 오롯하다.

'골목길 굽이돌아/ 밀감이요오, 떠리미/ 305호 진이 엄마/ 오름 타는 목청을/ 아직도 부끄러움 묻어/ 노을 물로/ 헹구는.' -행상- 전문.

3형제의 막내인 영구 씨는 시인으로 대구 경신고등학교 국어교사로 퇴임했다. 그의 작품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차가운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려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직도 고향에는 등기된 집 한 채 있다/ 아버지가 애써 일군 집/ 어머니가 금비녀처럼 가꾸신 집/ 오남매 꿈이 영글어 피어난 외딴집/ (중략) 점점 넓혀가는/ 타성바지 틈에 끼어 그래도/ 가끔이면 가보고 싶은 집.' -빈집- 중에서.

구석본 시인은 발문에서 "방앗간집 아이들의 깊은 우애와 그 우애의 푸른 잎과 향기로운 꽃과 탐스러운 열매의 자양분이 문학이라는 사실이 참 부러웠다. 가족 해체의 시대, 이 세 분 형제들의 삶은 그 자체가 시, 시조, 수필이라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198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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