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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할머니의 멋진 삶] 무료급식 봉사 송춘자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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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노인이 맛있게 먹는것 보면 보람이야"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어른들의 가르침이 절실해진다. 새해 벽두에 두 할머니의 '이색적인 삶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두 할머니의 삶의 모습이 거친 세상살이에 필요한 값진 교훈이 된다.

"다 내 업보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 누가 강제로 시켜서 했다면 힘에 겨워 벌써 그만뒀을 거야."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오전이면 대구시 서구 비산4동 구 대영학원 뒤편 2층 건물 입구에는 노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집 주인 송춘자(80) 할머니가 자신의 집에서 7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따뜻한 밥을 대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2층 송 할머니 집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자비의 집'이라는 낡은 나무 간판이 걸려 있다. 계단 벽에는 송 할머니가 직접 쓴 '2층 무료급식'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3일간 따뜻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하루 200명에게 밥 대접

송 할머니는 급식 날이면 오전 5시에 일어난다. 매일 200여 명의 손님들에게 대접할 밥을 짓고, 된장을 끓이는 등 반찬을 손수 만든다. 때론 힘에 부치고 경제적으로도 만만찮은 부담이지만 이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배고픈 노인들이 찾아와서 맛있게 먹고 돌아가면서 '정말 잘 먹었다'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 피곤이 싹 사라진다"며 활짝 웃는다.

마음이 선하니 웃는 모습도 어린아이처럼 해맑다. 송 할머니의 마음엔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더 좋은 밥을 대접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그래서 매년 김장 준비와 된장 만들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난해 가을에도 콩 한 가마를 삶아 메주를 만들어 곳곳에 매달아 두었다. "노인들이 우리 집 된장이 정말 맛있다고 해서 직접 메주도 만들고, 김장도 150포기 정도는 담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송 할머니가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하게 된 사연은 독특하다. 송 할머니의 본업은 포목상이다. 새댁시절부터 서문시장에 나가 포목상을 시작한 것이 평생 직업이 됐다. 포목상은 제직공장을 운영할 정도로 성업을 이뤘다. 한창 사업에 열중하고 있을 때 약전골목에서 운영하고 있던 무료급식소 관계자 3명이 찾아와 "운영을 좀 맡아달라"고 요청해왔다. 독실한 불교 신도였던 송 할머니에게 때마침 어느 스님이 '나눔의 삶을 살라'는 권유를 한 뒤였다.

◆17년째 봉사

얼떨결에 떠맡은 무료급식 일은 어느새 17년의 역사가 됐다. 송 할머니는 "포목상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 무료급식도 신바람 나게 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사태 때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덩달아 무료급식소 경영도 힘겨워졌다. 고민 끝에 무료급식소를 아예 대구 서구 비산동 자신의 집으로 옮겼다. 주택 2층의 거실과 방 3개를 식당으로 바꿔, 탁자와 의자를 들여놓고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남편(3년 전 작고)도 몇 개월째 지켜보더니 힘든 일을 돕기 시작했다. 송 할머니의 '나눔의 삶'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후원자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쌀도 보내주고 때론 후원금으로 도와주는 고마운 분들이 생겼다. ㈜금복주에서도 17년째 꼬박 쌀을 지원해주고 있다.

요즘은 급식하는 날이면 7, 8명의 자원봉사 단원들이 와서 손 할머니를 돕는다. 영하의 추위가 몰아치는 요즘엔 손 할머니는 흰 콩가루와 들깻가루를 넣어 구수하게 숭늉을 끓인다. 노인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배식을 시작하지만, 손님들은 아침 일찍부터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송 할머니 집의 문은 늘 열려 있다. 송 할머니는 팔순이 되면서 급식 일이 부쩍 힘겨워졌다. 이제는 이 일을 뜻있는 봉사자에게 물려주고 싶어한다. 다행히 봉사자 중에 좋은 후계자가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이런 일은 절대로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사랑과 감사의 맘으로 해야 진정한 기쁨이 있어요."배고픈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으로 대접하는 송 할머니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희망을 꽃피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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