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가족 이야기] 신년모강(新年母强)

만삭의 몸으로 세 살 난 누나를 등에 업은 어머니는 기나긴 시골 들판길을 한참이나 가로 질러서야 당신의 친정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뱃속의 나를 낳으셨다. 그렇게 맺어진 모자의 정이 40년이다.

학교 봄 소풍날, 소시지 대신 멸치가 들어간 어머니의 김밥이 부끄러워 몰래 버렸던 일, 난전에서 장사하던 어머니가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고 모르는 채 그냥 지나쳐 갔던 일은 내 생애 가장 철없던 시절 일들이다.

군 복무 중에 입사 면접시험을 응시하는 아들을 위해 새 양복을 사서 새벽 기차를 타고 복잡한 서울 거리를 용케도 찾아오셨던 어머니셨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강하다. 자식은 부모를 부끄러워해도 부모는 자식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의 판단을 받아주지 못해도 부모는 자식의 결정을 모두 수용한다.

그렇게 강하던 내 어머니가 지금 4차 항암치료 중이시다. 그 흔한 보험혜택 하나 없이 외로이 투병을 하고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 춥고 냉정한 암세포들이 다 사라지고 겨울 날 창문 안의 따뜻한 가족들처럼 강한 내 어머니가 소박한 우리 가정으로 다시 돌아오실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신년모강(新年母强), 이것이 철없는 한 아들의 새해 소망이다.

홍대연(대구 동구 방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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