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오락'을 그저 '자동차 경주'나 '구슬 쏘기' '과녁 맞히기' 정도의 놀이로만 알고 있었다. 좀 더 심하면 폭음이 터지는 전쟁놀이를 통해 성능이 뛰어난 첨단 기관총을 마구 쏘고, 총 맞은 적군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이런 정도의 게임에 빠져 모니터 앞에서 밤을 새우다가 부모에게 들켜 혼쭐이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보도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한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넘친다는 걸 알았다. 묶인 사람을 상대로 전기톱을 이용해 손목과 발목을 절단하거나 면도날을 이용해 뼈가 드러날 때까지 살점만 발라내면서도, 숨지게 하면 안 되는 가학적인 '고문 게임' 등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끔찍하고 잔인한 놀이에 우리 청소년들이 밤을 새우며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가정의 문제라며 부모 탓으로 돌리면 그만일까. 학생들 문제라며 교육 당국에 책임을 돌리면 그만일까. 기초 광역 가릴 것 없이 자치단체에서도 두 팔 걷어붙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은 아닐까. 이런 충격 속에서 우리 대구 달서구청 직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래서 이런저런 방안 모색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우선 지역 중고 교장단을 포함해서 각계 전문인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정례회의를 갖고 청소년 인성교육 관련 방안을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볼 작정이다. 우리 사회 기층 저변에서부터 관련 전문가 그룹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 모두가 깊은 관심 속에 두루 고민하고 뜨겁게 끌어안아야 할 심각한 국가적 현안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볼 작정이다. 우선 월간 구정 소식지 '웃는 얼굴'에 청소년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특집 내용을 집중 게재하는 등 그 내용도 전면 개편할 것이다.
우리 구청에서 여러 해 동안 진행해 오면서 지역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참여 주민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시 낭송' 프로그램에 청소년 참여를 유도하고, 생활 속 동요 부르기 캠페인도 차분하게 전개해 볼 계획이다. 대형마트, 소공원, 공공시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동요로 바꾸고 달서구청 직원과 그 가족, 다문화가정 주부 등과 함께 어울려 동요 부르기 대회도 서둘러 한번 열어볼 계획이다. 어릴 적 배운 추억의 동요를 손뼉 치며 따라 부르면서 동심의 세계에 젖어보는 것이다.
음정 박자 덜 맞으면 어떤가. 어른들이 '아이들 세상'에 보다 깊은 관심으로 다가가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이 동요 캠페인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먹고살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부족했는가'를 솔직하게 돌아보는 사회적 참회(?) 캠페인이 될 것이다.
또한 '달서청소년자원봉사학교'도 오는 3월부터 운영한다. 배려와 존중, 이웃 사랑, 공동체 의식 함양 등 청소년 인성교육의 장 마련이라는 목표로 매주 토요일 중고생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모두 27회에 걸쳐 열린다. 어르신 안마, 시설 아이들과 자매결연, 골목길 청소 등을 통해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아픔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배우고 익히는 공부다.
그리하여 이 나라가 참으로 꿈과 희망이 넘치는 나라가 되도록 건강한 씨앗을 심는 일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처음부터 참여율이 높고 재미가 넘칠 수는 없겠지만 꾸준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이 나라의 미래'라는 평범하면서도 매우 두려운 각성으로 인성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해 나갈 것이다.
그러면 모두들 기뻐하고 이를 본받을 것이다. 달서구 60만 인구 가운데 1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펼치는 값진 실천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가며 동화시켜 나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거칠고 무섭게 물들어 가는 이 참담한 현실을 풀어나가야만 하는 고통스런 대열에 우리 공직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곽대훈/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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