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MB와 차별화!" 박근혜 측근들 잇단 거리두기

"KTX 민영화 등…반대하던 일이나 잘해"

임기 시작 이후 개원을 한 달가량 끌며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19대 국회의 2일 개원식을 지켜본 정치권 인사들은 '권력 무상'이란 말을 쏟아냈다.

지난 4년간 국정을 운영한 이명박 대통령의 개원 연설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보내지 않았다. 회의장 분위기는 처음부터 고요했고 조는 의원도 있었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은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떠날 때조차 몸을 일으키지 않고 보냈다. 4년 전 이 대통령이 18대 국회 개원연설을 할 때 스물여덟 번의 박수를 보낸 것과는 딴판이었다.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19대 국회 개원연설 모습을 두고 여권은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 야권은 '현 정부심판론'이란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고 있다.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집권 여당으로서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데다 내곡동 사저 관련 특별검사제 도입,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가 예정돼 있고 야권이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협정 졸속 처리를 여권과 결부시켜 정쟁의 이슈로 부각하려 해, 어떻게든 차별화를 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입법'사법'행정부의 3부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되 국익을 위해 대승적 관점에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했지만 어떤 반응도 없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정부는 관리는 하되 새로운 일은 벌이지 말라는 엄포나 경고성 발언이 여권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3일 현 정부가 임기 말에 추진 중인 KTX와 인천공항 민영화와 관련해 "이 정권은 하던 일이나 잘하면서 조용히 정권을 넘겨줄 준비를 하는 게 합당하다"며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밝혔다. 그는 "KTX 민영화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게 비대위 시절의 결정이며 인천공항 지분매각과 차기전투기 사업도 임기 마지막 해에 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논란도 "이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주류가 된 친박계도 마찬가지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현 정부 임기 내에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 나오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에서 "협정의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회가 개원했으니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하며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정부의 국정운영에 이례적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정부 추진에 앞서 국민 여론을 수렴하라는 일종의 경고로 읽힌다.

앞서 조원진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정부의 인천공항공사 매각 방침에 대해 "요즘 정부가 하는 행태를 보면 답답하다. 인천공항 매각 문제는 18대 때 국토해양위에서 다뤘는데 갑자기 매각으로 가는 걸 보면 정부가 그렇게 감이 없는지, 민심에 대해 관심 없는 건지, 정권 말 현상인지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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