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가 고파 '생계형 범죄'…단순절도 범죄 2년 전보다 16%↑

생활고 비관 잇단 자살도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후 생필품 절도 범죄가 늘어난 것과 비슷하게 최근 들어 생필품 등을 훔치는 단순 절도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대구에서 발생한 단순 절도 범죄는 7천785건. 이는 2010년 6천708건보다 16.1% 증가한 것이다.

이달 3일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정육점에서는 K(52) 씨가 흉기를 들고 고기를 내놓으라며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K씨는 "고기는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K씨는 이전에도 수차례 술에 취해 정육점에 들어가 고기를 요구했다. 정육점 주인은 "사정이 딱해 고기를 몇 번 줬지만 계속해서 난동을 부려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6일에는 J(53) 씨가 서구 비산동에서 주차된 차량의 기름 30ℓ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J씨는 "오토바이에 기름 넣을 돈이 없어 기름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즉석복권을 훔쳐 붙잡힌 사람도 있었다. K(32) 씨는 지난달 8일 북구의 한 대형마트 1층 안내 데스크에 있던 즉석복권 206장을 훔쳐 달아났다.

K씨는 "1등에 당첨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충동적으로 가지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치킨을 훔친 1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배가 너무 고픈데 돈이 없어 치킨을 훔치는 방법을 선택했다. H(14) 군은 공중전화를 이용해 두 장소로 동시에 치킨을 시켜 치킨집 배달원이 한 곳에 배달을 간 사이 남아있던 다른 치킨을 훔쳤다.

경찰은 "굶주림 때문에 훔친 치킨 한 마리 때문에 아이들이 절도범이 됐다"고 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달서구 송현동 한 원룸에서 혼자 살던 K(43) 씨는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K씨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몇 달째 집세를 못 낼 정도로 생활고를 겪어왔다. 지난 5월 2일 구 삼덕동 한 빌라에서 H(32) 씨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H씨는 8개월째 월세를 내지 못했고 대출금 문제로 빚 독촉에 시달렸다고 한다.

계명대 윤우석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업률이 높아지고 비정규직 종사자가 많아지는 경제위기에서 소외계층의 긴장과 불안감은 더욱 커지기 때문에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손쉽게 부를 성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빈곤층에 대한 사회복지사업을 현실화하고 합법적 생계수단을 확보해 경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연도별 대구지역 단순 절도 범죄 추이(단위:건)

2010년 15,633

2011년 14,874

2012년 1~6월 7,785

자료:대구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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