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구단 증설 <상>

갑자기 밀어닥칙 야구 열기 10구단 창단 준비없이 추진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좋은 일 뒤에는 느긋해져 반드시 화가 따른다는 말이다.

사업도 많이 벌 때 저축도 많이 해두면 좋겠지만 많이 벌수록 계속 번다고 생각해 흥청망청 써버리니 후에 여러 이유로 일감이 줄어 어려움이 닥치면 후회하는 게 세상사이다.

평균 관중 2만 명 시대가 되어 평균 입장요금이 1만5천원이면 경기당 수익금은 3억원이 된다.

연간 한 구단의 경기를 66경기로 계산하면 총 입장수익금만 해도 180억원을 웃돈다.

여기에 전용구장의 광고료가 50억원 정도이고 음식물 반입금지를 통한 식음료 판매 수익금은 연간 100억원을 훨씬 넘을 것이다.

거기다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중계권의 수입도 추가로 있으니 세금을 공제하고 어림잡아도 연간 구단의 수익금은 330억원 정도는 넘는다.

가히 프로야구가 발전을 거듭해 독립채산제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계산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 800만 관중을 넘어설 것이고 2만4천 명을 수용하는 연호동 신축구장이 개장하는 3년 뒤에는 1천만 관중의 시대에 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WBC대회 준우승과 베이징올림픽 우승으로 수준 높은 야구를 선보이면서 최고의 관심을 끌었고 때마침 천하무적 야구단의 등장으로 야구 열기는 불과 몇 년 만에 들불처럼 확산됐다.

불길은 젊은 층으로도 번져 야구장을 찾는 팬의 세대교체를 이루었고 미디어의 가세로 전 경기를 중계하면서 팬층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더욱 두터워졌다.

거기에 사회적으로 주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여가선용의 폭이 다양해져 한 달에 한 두 번 가족 나들이 문화의 하나로 야구관람은 최적의 수단이 됐다.

불과 4년 동안에 구단의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한 것이다.

수 십 년 공을 들였어도 얻을 수 없었던 가치가 일순간에 범국민적 관심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 추세라면 앞으로 몇 년 사이에 독립채산제도 가능할 정도로 가치는 무한 상승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호기에 왜 기득권을 가진 구단들이 서둘러 구단증설을 시도하게 됐을까?

구단증설은 선수나 팬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반길 만한 일이지만 간신히 반석에 올려진 진수성찬에 불청객을 들이는 것은 기득권을 가진 구단 입장에선 결코 반길 일이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 8개 구단으로 이 호황을 누린다 한들 애써 비난하지도 않을 것이고 치밀한 준비를 거쳐 몇 년 뒤에 추진한다고 둘러대도 믿고 기다려 주었을 것이다.

모든 게 주위의 빠른 변화에 안목이 부족했던 탓이다.

다음 편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구단 증설은 미국이나 일본의 예처럼 많은 파장을 예고하는 판도라 상자와 같다. 그렇다고 부작용만 즐비한 것도 아니다.

이미 2년 전 야구 열기에 도취해 상자를 열고 NC소프트를 꺼냈으니 이제 와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다. 미래를 안다면 어찌 시련이 있겠는가?

야구를 진정으로 아끼는 팬들의 사랑을 굳게 믿는다면 10구단 창단에 따른 난관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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