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대강 '수질예보제' 있으나마나

낙동강 녹조 현상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4대강 사업 이후 수질 관리를 위해 올해부터 환경부가 도입한 '수질예보제'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녹조현상이 대구, 칠곡, 구미까지 진행되면서 수질 관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느슨한 기준 때문에 별다른 대응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낙동강 조류가 발생한 6월 이후 수질예보제에 의한 '관심이나 주의' 등은 한 차례도 발령되지 않았다. 관계기사 3면

낙동강 수질은 올해부터 시행된 수질예보제의 기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클로로필-a 등을 측정해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구분해 조류에 대비한다. 수질 측정은 8개 보 상류 500m 지점을 포함해 40여 곳에서 매주 1회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수질예보제의 클로로필-a 농도 기준이 호소(호수와 늪)를 대상으로 하는 조류경보제보다 크게 느슨하다. 조류경보제의 가장 낮은 관리 단계인 '주의'의 클로로필-a 기준은 15㎎/㎥다. 반면, 수질예보제의 가장 낮은 관리 단계인 '관심'은 70㎎/㎥로 설정돼 있다. 이는 조류경보제 '경보' 단계의 25㎎/㎥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 지금까지 공개된 대구경북 낙동강 6개 보의 클로로필-a 측정 수치(1~6월)를 조류경보제에 적용했을 경우 주의보는 물론 '대발생'(최고 높은 단계)이 발령됐어야 했다.

강정고령보의 클로로필-a 농도는 2월 1주에서 5월 3주까지 조류경보제의 '주의' 기준인 15㎎/㎥를 연속으로 넘었다. 낮게는 19.4㎎/㎥에서 많게는 88.5㎎/㎥까지 나왔다. 달성보는 더 심했다. 1월 4주부터 5월 3주까지 15㎎/㎥를 넘었고, 23.7~132.3㎎/㎥까지 측정됐다. 특히 3월 1~3주는 조류경보제의 '대발생'에 해당하는 100㎎/㎥를 넘는 수치를 보였다. 다른 보 역시 15.2~60.0㎎/㎥에 이르는 측정치가 10여 회가량 집계됐다.

환경단체들은 보가 설치된 낙동강에도 수질예보제가 아닌 조류경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 환경부의 환경백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강동대교~잠실대교 5곳, 잠실대교~행주대교 5곳 등 한강에 조류경보제를 적용하고 있다. 더구나 낙동강은 조류경보제의 목적인 '상수원 보호'에도 해당된다. 현재 대구경북 낙동강에는 취수장이 모두 7곳이 있는데, 그중 강정고령보 3㎞ 상류에 250만 대구시민의 70%가 식수로 사용하는 매곡'문산 취수장이 있다. 강정고령보는 저수용량도 1.07억t으로 영천댐(0.96억t)보다 많아 조류경보제의 대상이 되는 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정부는 왜 수질예보제의 기준이 조류경보제보다 완화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식수를 공급하는 취'정수장이 있는 낙동강도 조류경보제와 같은 수준으로 보호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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