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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앞 145m 빌딩?…국가유산청 "종묘 발밑에 둘건가" VS 오세훈 "세운상가 붕괴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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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7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에서의 개발 규제 완화 조례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서울 종묘를 방문한 뒤 유네스코 세계유산 기념비석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6일 대법원은 문화유산법 해석상 보존지역 바깥에 대해서까지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조례를 정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해당 지역의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법령 우위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7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에서의 개발 규제 완화 조례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서울 종묘를 방문한 뒤 유네스코 세계유산 기념비석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6일 대법원은 문화유산법 해석상 보존지역 바깥에 대해서까지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조례를 정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해당 지역의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법령 우위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간 정면 충돌로 번지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현장을 찾아 세계유산 종묘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최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종묘 정전 일대를 방문한 뒤 "장관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도 함께했다.

최 장관은 "종묘는 조선 왕실의 위패가 모셔진 신성한 유산이며, 우리나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의 상징적 가치를 가진 곳"이라며 "이런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현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바로 1960∼70년대식 마구잡이 난개발 행정"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 문화재 보존을 둘러싼 논란을 거론하며 "권력을 가졌다고 마치 자기 안방처럼 마구 드나들며 어좌에 앉고 차담회를 열고, 소중한 문화유산이 처참하게 능욕당한 지가 바로 엊그제"라고 했다.

허민 청장도 "대체 불가한 가치를 지닌 종묘가 지금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며 "위험을 자초한 것은 유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서울시"라고 했다. 이어 "종묘 앞에 세워질 건물은 조선 왕실 유산이 수백 년간 유지해온 역사문화경관과 종합적 가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이라며 "초고층 건물들이 세계유산 종묘를 에워싼 채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는 구도를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이날 최 장관은 허 청장에게 "법령의 제정, 개정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히 검토해서 보고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지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문화체육부 장관과 국가유산청장이 서울시 세운 녹지축 조성 사업과 관련해 사업의 취지와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사실 왜곡과 공격적 선동보다는 차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거듭 밝히지만 세운지역 재개발 사업이 종묘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도한 우려"라며 "오히려 종묘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남산부터 종로까지 이어지는 녹지축 조성을 통해 종묘로 향하는 생태적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그 역사적·문화재적 가치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세운지구를 비롯한 종묘 일대는 서울의 중심임에도 오랫동안 낙후된 채 방치돼 말 그대로 폐허나 다름없는 상태"라며 "1960년대를 연상시키는 세운상가 일대 붕괴 직전의 판자 지붕 건물들을 한 번이라도 내려다본 분들은 이것이 수도 서울의 모습이 맞는지, 종묘라는 문화유산과 어울리는지 안타까워하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과 문체부 장관이 마주 앉아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도시공간 구조 혁신과 문화유산 존중이라는 가치를 양립시킬 수 있다"며 "그런데 문화체육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이 서울시에 아무런 문의도 없이 시민단체 성명문 낭독하듯 지방정부의 사업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모습에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고견을 모아 무엇이 역사적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미래의 문을 여는 일인지 함께 진지하고 성숙하게 논의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종로변 건물 최고 높이는 기존 55m에서 101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5m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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